기아, 대한항공, HD현대인프라코어…. 이 회사들은 최근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들이다. 업황 불황이 끝을 모르고 진행되면서 경쟁사들 신용등급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지만 최근 이들 기업은 반대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돼 이목을 끈다. 신용등급이 올랐다는 것은 ‘기초체력’인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증거이며 향후 자본 조달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국내 신용 3사가 무보증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전망을 상향한 기업은 총 24개사(중복제외)다. 신용평가사별로 보면 나이스신용평가가 14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상향했고, 한국신용평가가 13개, 한국기업평가가 11개 기업을 상향 조정했다.
신평 3사가 공통적으로 등급 상향 의견을 내놓은 HD현대인프라코어, 현대캐피탈, 기아, 대한항공이다. 이밖에 신평사 2곳 이상이 신용등급을 상향한 기업은 HD현대건설기계, 현대로템, 한진칼, HD현대중공업, 에코프로비엠 등이 있다.
지난해부터 기업 신용등급 도미노 하향 우려가 확산했지만, 이들 기업이 경기침체를 뚫고 등급 상향에 성공한 데는 다른 업종 대비 실적 개선이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등급이 상향된 기업들을 보면 기계, 자동차, 방산, 이차전지 등 산업군에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상황에서도 일부 자동차 수출 호조, 미국 등 주요 시장에 건설 기계 수주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캐피탈은 연초 첫 등급 상향의 청신호를 알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캐피탈은 캐피탈업계에서 유일하게 등급 전망이 상향된 기업으로 현대차그룹 시너지 효과가 작용했다.
나신평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속 금융사로서 전략적 중요성 및 극히 우수한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회사인 기아의 등급 전망 상향 등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에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됐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5월에도 ‘BBB+’에서 ‘A-’로 상향된 바 있어 약 10개월 만에 등급 전망이 또 오른 셈이다. 이번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향후 1년 내 신용등급이 또다시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기평은 “생산성 향상과 제품 믹스 개선으로 외형이 성장하고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라며 “이익 규모 확대, 대규모 수주 계약금 수취 등으로 재무안정성도 강화됐다”고 했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신용 등급과 전망이 동시에 상향됐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초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을 ‘BBB+, 긍정적’에서 ‘A-,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신용등급은 등급이 상향될 때 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 신용평가사는 “등급과 전망을 동시에 올린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차전지 업황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