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투자는 아직 ‘단기성’으로 한 방…퇴직연금 첫 걸음”
TDF 국내 퇴직연금 시장서 약 20% 차지하는 대표 실적 배당 상품
“TDF 중요 운용자산으로 생각하고 지속해서 운용 역량 뒷받침돼야”
TDF(Target Date Fund·타깃데이트펀드)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이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10조 원을 돌파했다. 2016년 국내 연금시장에 TDF가 최초로 출시된 지 7년 만의 성과다. TDF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2017년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TDF를 시장에 확장시킨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OCIO팀장을 지난 12일 만났다.
전용우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투자는 아직 ‘단기성’으로 한 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 노후를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건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어디에 투자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었는데 지난 7년 동안 TDF라는 상품이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건, TDF로나, 우리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으로나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TDF 펀드는 직장인의 은퇴 시점을 ‘목표 날짜(Target Date)’로 설정해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해주는 펀드다. 투자 초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지만,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방식을 활용한다.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 비중은 약 20%를 차지해 대표적인 실적 배당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산배분형 펀드로는 리테일 시장에서 성공한 최초 사례다.
2006년 퇴직연금연구소(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로 연금시장에 첫발을 들인 전 팀장은 삼성자산운용으로 옮겨 국내 TDF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국내 도입은 어렵다는 업계의 의구심을 뚫고 초기 시장에 진입한다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출시 초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와 함께 TDF 퇴직연금 자산투자 감독규정을 70%에서 100%로 확대하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면서부터 시장의 반향이 나타났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너도나도 TDF 시리즈를 출시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전 팀장은 TDF에 대해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려면 지켜야 하는 원칙이 구현된 상품”이라며 “퇴직연금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 맞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을 줄여나간다는 전략이 생소했고, 이 전략이야말로 다수의 직장인이 따르기에는 가장 좋은 원칙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TDF의 시장 안착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장기 투자’를 꼽았다. 전 팀장은 “자본시장에서 시가용 자산을 투자할 때는 금리나 아니면 금융시장에 따라서 변동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분산투자야말로 이때 얻을 손실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전략이고, 장기로 투자할 때 손실률도 회복될 수 있다”며 “그런데 펀드에 투자하면 무조건 플러스만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TDF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운용사들의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투자라는 TDF 취지가 실현되려면 지속적인 운용 역량이 뒷받침돼야 TDF가 대표 상품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 팀장은 “현재 TDF에 가입하신 분들은 대다수 은퇴까지 10년 이상 남은 분들이다. 그때까지 이 TDF 담당자들이 퇴사하면 안 되지 않냐”며 “TDF 시장이 자꾸 성장해서 운용사 내 구성원이 교체돼도 TDF를 가장 중요한 운용자산으로 생각하고 지속해서 투자해야 시장 참여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