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5일 3차 발사에 성공한 가운데, '한국판 나사'로 불리는 우주항공청(KASA)의 설치 추진도 속도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는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놓고 야당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누리호는 25일 이뤄진 3차 발사에서 처음으로 실용급 위성을 계획된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날 오후 6시 24분 정각에 예정대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고도 550km 지점에서 정상 분리한 데 이어 부탑재 위성인 큐브위성 7기 가운데 6기도 정상분리를 확인, 위성 발사 임무에 성공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에 대해 "우리 산업과 과학기술계의 대단한 쾌거"라며 "지난번에 미국 방문 시에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업무협약(MOU)을 하고 왔지만, 이제 선진국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의 우주 과학기술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을 하기 위해서 많은 제안을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국빈 방미 당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탐사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서를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우리 과기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양국의 우주 협력을 우주동맹 수준으로 도약시킬 것"이라며 "우리가 곧 설립할 예정인 우주항공청(KASA)이 미국 NASA와 공동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미국과 추진하고 이에 따라 첨단 과학기술 인력의 교류가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우수 전문가 채용을 위한 파격적 보수체계, 연구개발·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 유연화 특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본래 누리호 발사 예정일이었던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특별법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우주항공청 설립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과방위가 3월 이후 열리지 않으면서 논의가 멈췄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만큼 여당인 국민의힘은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우주항공청의 입지 등을 놓고 야당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특히, 우주항공청의 입지는 윤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현재 경남 사천에 설치되는 안이 유력하지만, 입지와 관련한 내용이 특별법에 담기지 않아 아직 공식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안건으로 올랐다. 이 법안은 우주항공청이 아닌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우주항공청이 과기부 소속 청에 불과해 위상과 독립성이 부족하고, 항공 분야 또한 형식적으로만 다뤄져 내용이 부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도 우주항공청의 입지를 놓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우주항공청을 어디에 설치하게 돼 있냐"라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질의에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사천에 설치하게 돼 있다"라고 답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지금 우주 전담 기구에 대한 정부 법안과 제가 제출한 것, 그리고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제출한 법안 3개가 있는데, 우주 전담기구의 입지와 관련된 그 어떠한 것도 없다"며 "입지는 대통령 공약인 것이고, 그걸 가지고 '발목잡기를 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주 전담기구 설치에 대해 누가 반대를 하나. 반대를 할 것 같으면 법을 왜 내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항공청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공약사항이면 협조해달라는 의미"라며 "저희들이 공약사항으로 우주항공청을 집행기관으로 하려는데 (야당에서) 국가우주위원회 소속의 본부를 설치하자는 또 다른 개념을 자꾸 제시하니까 답답하다. 협조 좀 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