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용 배터리 개발…EV용도 양산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받던 중국산 배터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두 배 이상 늘린 초고밀도 배터리를 개발, 업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 항공기용 고밀도 배터리인 ‘컨덴스드(condensed) 배터리’를 선보였다.
컨덴스드는 우리말로 ‘응축된’ 정도로 해석된다. CATL은 컨덴스드 배터리가 최첨단 응축형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당 500Wh에 달한다고 밝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이론적 최대 에너지 밀도는 ㎏당 495Wh다. CATL의 주장대로라면 전고체 배터리에 맞먹는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낸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한계는 ㎏당 255Wh 수준인데 그 두 배에 가까운 용량이다.
컨덴스드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중간 단계인 ‘반고체 배터리’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해당 배터리를 전기 항공기용 배터리라고 소개했다. 배터리의 소재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CATL 측은 “컨덴스드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항공기의 새로운 전동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며 “전기 항공기 개발을 위해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ATL은 연내에 전기자동차(EV)용 컨덴스드 배터리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전기차용 배터리와 맞붙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컨덴스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기존 한국이나 일본 업체가 개발한 것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론 컨덴스드 배터리의 실체가 뭔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지만, 중국 배터리 기술이 몇 년 사이에 약진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