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회사채만 찾는 기관들…은행채 만기·신용위기 ‘불안요인’

입력 2023-05-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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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월 국고채 3년물 금리와 CD 91일물 금리 차(출처=금융투자협회)
▲3~5월 국고채 3년물 금리와 CD 91일물 금리 차(출처=금융투자협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단기 금리를 밑도는 ‘역(逆)캐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다만 은행채 ‘구축효과’ 우려,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 등이 회사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378%로, 현행 기준금리인 3.50%를 밑돈다. 대표적인 단기물인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은 3.73%를 기록하며 국고채 3년물을 앞서고 있다.

3월 중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역전된 장단기 금리는 좀처럼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CD금리는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단기금리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발언과 당국의 단기채 발행 확대 영향으로 상승 폭을 키운 반면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되고, 연내 인하 기대감까지 반영되며 상방이 제한된 모습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보통 금리가 낮은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고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지만, 지금처럼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을 넘어서는 역캐리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로 투자 수요가 몰린다.

실제로 이달 들어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 대부분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AA+의 SK㈜는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7800억 원을, 삼천리(AA+)는 1500억 원 모집에 685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AA-등급의 LG헬로비전과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각각 1000억 원, 2000억 원 모집에 9500억 원과 77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비우량등급에 속하는 HD현대일렉트릭(A-), HD현대건설기계(A-), HD현대(A0) 등도 수요예측에서 연달아 흥행하며 모집액의 2배가량을 증액 발행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기관 자금이 회사채 상품에 주로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역캐리가 발생한 3월 이후 꾸준히 회사채 ETF를 매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의 훈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은행채 발행보다 상환 비중이 큰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발행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6월(20조8501억 원)과 7월(21조7611억 원)에도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다. 초우량물인 은행채 발행이 지속되면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조치 종료와 하반기 대규모 은행채 만기 도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발행 확대를 예상하는 요인”이라며 “하반기에도 은행채 차환 발행 수요에 따른 은행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기업들의 실적 저하 등으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연말로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3개월 만에 1.6%에서 1.4%로 낮췄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마무리 기대감이 커지면서 크레딧 시장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경기 침체 우려와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어 안전자산 선호와 기업별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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