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시법 보완으로 민폐 집회 줄여야

입력 2023-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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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어제 당정협의회를 열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제약을 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불법 집회 전력을 가진 단체의 집회 주최를 제한하고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 도로의 집회·시위에도 적극 대응한다고 한다. 소음규제 강화도 추진된다.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기존 집회·시위 관련 매뉴얼이나 관행 등의 문제점도 개선하기로 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당정이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의 지난 16, 17일 1박 2일 노숙집회가 큰 물의를 빚고 여론 악화를 부른 까닭이다. 건설노조가 동원한 노조원들은 평일부터 도로를 막고 집회를 벌여 서울 광화문 도심 교통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야간 상황은 더욱 가관이었다. 노조원들은 인도를 점거해 술판을 벌이고 노상 취침에 방뇨까지 일삼았다. 쓰레기도 대량 투기했다. 이만저만한 민폐가 아니었다. 더욱이 경찰은 이를 방관했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나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이 걱정을 덜려면 갈 길이 멀다. 당정이 내놓은 대책부터 실효성이 있는지 여간 의문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보완 입법을 하겠다는 것인지, 경찰 등에 기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의 새 해석과 적용을 요구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당정이 보완 입법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에 완강히 반대할 거대야당은 또 어찌 설득할 것인가. 의욕만 앞세울 계제가 아니다. 정교한 실행 파일을 제시하면서 국민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보장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내세워 국가사회를 뒤흔들기 일쑤인 전문 시위꾼들도 명심할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을 아우르는 최고의 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헌법이 보장한다 할지라도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1박 2일 노숙집회 같은 행태가 반복된다면 결국엔 국민이 철퇴를 가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2014년 야간시위를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나,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것은 입법자의 몫이란 취지의 집시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국회는 지금껏 보완 입법을 미뤄 사회 혼란을 키우고 입법 공백을 야기했다. 책임이 무겁다. 이번 노숙집회 책임도 같이 질 수밖에 없다. 여야 공히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면서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민폐 집회의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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