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25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금융 지원을 늘리고, 적용 요건 역시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초안보다 완화됐다. 이에 피해자는 무이자 대출 혜택과 정부의 경·공매 대행 서비스 부담 확대 등 지원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앞으로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특별법은 피해자 지원에 효과적일 것이란 전망이지만, 일각에선 피해자의 채무 부담만 늘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국회는 오후에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전날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합의로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후 하루 만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결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28일 만이다. 본회의 문턱을 넘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막판 합의까지 진통을 겪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다섯 차례 수정을 거듭한 끝에 완성됐다. 이에 최종안은 원래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지원안보다 보증금 요건과 피해자 인정 요건 등이 완화됐다.
최종 수정안에 따르면 우선 보증금 요건은 3억 원을 기준으로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4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했다. 또 주택 면적 기준을 없애고, 임차인이 보증금 ‘상당액’을 손실하거나 예상되는 경우로 규정한 것도 삭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별도로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와 근린생활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중계약과 신탁 사기 등에 따른 피해도 적용 대상이다. 또 경·공매가 개시된 경우 외에도 임대인의 파산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도 포함됐다.
정부의 경·공매 대행 서비스 수수료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담 비율은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했다. 피해 임차인에게는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우선 매수권이 부여된다. 우선 매수권을 포기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양도받아 공공임대로 활용한다.
피해자 금융지원안도 담겼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최장 20년간 전세 대출금 무이자 분할 상환을 받을 수 있다. 상환의무 준수를 전제로 20년간 연체 정보 등록·연체금 부과도 면제된다.
또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으면 정부가 피해자에게 최우선변제금만큼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초과하면 2억4000만 원까지 1.2∼2.1%의 저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당장 주거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수정안이 반영된 특별법은 긍정적인 정책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전세계약은 사인 간 계약으로 정부가 피해 금액을 물어주는 방법은 어렵고, 정부 대응책이 시행되더라도 근본적인 사기 행위를 막긴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시행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엄정숙 법도 법률사무소 대표는 “전세사기 특별법은 한시법으로 단기간 내 효과는 있겠지만, 한시법이라는 한계가 있어 큰 틀에서는 부정적”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피해자 범위 지정) 형평성 문제와 함께 한시법이 과연 전세 사기를 얼마나 막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측은 이번 법안이 ‘반쪽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특별법은 전세로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최우선변제금을 무이자로 빌려줄 테니 다른 전셋집으로 가라고 한다”며 “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