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파이’가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24 16:07 수정 2023-08-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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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과자 다시 출시해주세요”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2015년 단종됐던 ‘립파이’의 후속 제품으로 ‘립파이 초코’를 출시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립파이 초코’는 8년 만에 소비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는데요. 주목할 점은 이 제품이 돌아오게 된 계기입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요청 때문이었는데요. 식품업계에서 ‘소비자가 부르면 온다’는 공식이 통하는 것일까요?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느냐가 이제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립파이 초코. 출처=롯데웰푸드
▲립파이 초코. 출처=롯데웰푸드
재출시할까? “소비자에게 물어봐”

식품업계가 단종됐던 히트 상품들을 속속 재출시하고 있습니다. 옛 제품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내놓자 업계가 이를 반영하는 속도가 빨라졌는데요. 이미 검증된 상품을 재출시할 경우 수익성을 꾀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응답한다’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표적인 제품은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립파이 초코입니다. 립파이 초코는 가나산 카카오빈을 원료로 한 초콜릿으로 부드러운 달콤함을 선사하는 정통 페이스트리 디저트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립파이도 기존 립파이의 특징이었던 풍부한 버터 풍미와 바삭함을 살렸습니다. 반죽을 1080분간 저온숙성 시켜 발효버터 풍미가 풍부하고 160겹에 달하는 페이스트리 반죽은 립파이 특유의 바삭함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수십 차례의 현장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3년여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제품도 있는데요. 롯데제과가 아이스크림 ‘조안나바’를 6년만에 다시 선보였습니다. ‘조안나바’는 1990년대 유행했다가 2015년 단종됐는데요. 90년대에는 5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롯데제과는 이번 재출시에 대해 “소비자들로부터 조안나바에 대한 재출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리온도 2018년 선보인 ‘태양의 맛 썬’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 제품은 2016년 생산라인에 화재가 발생해 출시를 중단했다가 소비자의 요청으로 3년만에 부활, 1억 개 이상을 판매하며 인기몰이에 나섰습니다. 이외에도 단종 제품이었던 ‘와클’을 15년만에 재출시하며 뉴트로 바람에 동참했고 ‘치킨팝’ ‘배베’등도 소비자 요청에 리콜 상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 출처=푸르밀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 출처=푸르밀
제품이 아니라 기업 자체가 다시 살아난 경우도 있습니다. 지속된 적자에 폐업 위기까지 갔던 푸르밀인데요. 사업 종료 위기를 겪었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판매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이 ‘가나초코우유’‘비피더스’등 회사 대표 제품을 소환하며 아쉬움을 표하자 사업 종료를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난 푸르밀은 신제품 캐러멜 맛의 발효유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출시해 정상화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신동환 대표가 일본에서 유행한 캐러멜 요구르트를 먹어본 뒤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겠다며 신제품 기획에 나섰는데요. 재밌는 점은 푸르밀은 신제품을 내며 회사 로고에 ’고객이 살린 기업‘이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폐업 위기에서 소비자의 사랑 덕분에 살아난 유례 없는 회사인 만큼 소비자의 사랑을 받겠다는 다짐이죠. 푸르밀은 신제품 성공을 위해 지난해 말 이후 끊어진 판로 회복을 추진 중인데요. 지난해 160억 원이었던 푸르밀 월 매출은 올해 5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지만 대신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SNS 입소문을 노리고 있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소비자 소환에 응답하라”…‘팬슈머’가 뜬다

이처럼 소비자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전달하며 제조부터 마케팅 등 다양한 과정에 참여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팬(Fa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단어인 ‘팬슈머(Fansumer)’인데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데 적극적인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소비자가 자신이 쓰는 제품의 제작이나 유통 과정 등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진데 따른 것입니다. 과거 소비자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수직관계로만 존재했다면, '팬슈머'의 시대에는 소비자와 기업이 수평적으로 변화했죠.

이에 소비자는 이제 소비만 하는 사람이 아닌 소비의 전 과정을 직접 ‘주관’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팬덤문화가 연예인, 운동 선수 등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최근엔 기업, 브랜드, 제품 등으로 다양하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와 만나면서 더 적극적인 양방향 소통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크라우드펀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관심 있는 아이템에 투자자가 돼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상까지 받는 것인데요. 이들은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키워냈다는 자부심까지 갖게 된다고 합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를 ‘이케아 효과’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자신이 공들이고 참여한 대상에 더 애착을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팬슈머들은 나아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그저 '고객'일 뿐이었던 소비자가 구독이라는 권력을 갖게 되면서 상호 보완과 견제, 파트너의 역할까지 두루 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무한경쟁의 시대 속 고객의 신뢰를 얻어 팬을 확보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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