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보다 18.2점 높아져
케이뱅크·카카오뱅크도 900점대
저축은행, 600점 이하 대출 불가
연체율 오르며 저신용자 대출 막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자들이 1·2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여전히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17.6점(KCB)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899.4점)보다 18.2점 상승했다. 2월에 취급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18.8점으로, 관련 공시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은 높다. 지난달 케이뱅크가 취급한 신규 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09점, 카카오뱅크 908점, 토스뱅크는 893점으로 모두 900점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 신용대출의 신규 취급액이 3억 원 이상인 저축은행 33개사 중에서 12개사는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연 18%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지난달 기준 OK저축은행은 42.81%, 웰컴저축은행은 42.43%로 집계됐다. SBI저축은행도 38.99%로 40%에 가까웠다. 반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3.84%, 페퍼저축은행은 28.82%로 상대적으로 연 18% 이상의 고금리 비중이 작았다. 이는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사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오자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코로나19 만기연장이 종료되면 연체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면서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으로 대환대출이 얼마나 유입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1분기 연체율은 0.82%로, 전년 동기보다 0.34%포인트(p) 급등했다. 카카오뱅크 연체율도 같은 기간 0.26%에서 0.58%로 뛰었다. 3월 은행권 평균 연체율이 0.33%인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 연체율은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1분기 6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만 1조6000억 원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역대급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업권 차원에서 적자가 난 건 9년 만이다.
고금리로 주요 차주(대출자)인 중저신용자들의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우려도 커졌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1%로 집계됐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2016년 말(5.83%)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자 금리를 낮추는 대신 대출 공급을 줄이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연체율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제도권 대출 거절로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는 중저신용자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저신용자 및 대부업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평점 하위 10%(NICE 기준)에 해당하는 저신용자 중 불법 사금융으로 신규 유입된 규모는 3만9000~7만1000명이다. 전년(3만7000~5만6000명)보다 하단 추정치는 2000명, 상단 추정치는 1만5000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