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0조3000억 감소… 역대 최대폭 감소
판매신용도 9분기 만에 감소 전환
가계대출ㆍ판매신용 동반 감소는 역대 처음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신용(빚) 잔액이 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역대 가장 많이 줄어든 데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말하는 판매신용이 9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한 영향이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동반 감소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전세자금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책모기지 취급, 주택거래 개선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부터 금융권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고, 신용카드 이용액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2분기 가계신용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 원으로 작년 4분기 말과 비교해 13조7000억 원 줄었다. 이로써 4분기 기록했던 역대 최대폭 감소 기록(-3조6000억 원)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9조 원이 줄며, 통계 편제 이후 첫 감소 기록을 썼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높은 금리 수준 및 부진한 부동산 업황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계절요인 소멸 등으로 판매신용도 감소 전환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3000억 원 줄었다. 역대 최대폭 감소다.
상품별로는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17조9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5조3000억 원 늘며 전 분기(+4조7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반면 기타대출은 721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조6000억 원 줄었다. 작년 4분기(-11조7000억 원)를 넘어서며 통계 편제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6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 및 대출규제(차주단위 DSR 3단계) 지속, 연초 상여금 유입에 따른 대출금 상환 등의 영향이다.
2021년(+123조5000억 원)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가계대출은 지난해 1분기 8000억 원이 줄어들며 증가세를 멈췄다. 2분기 다시 상승했다가 3분기 소폭 감소했고,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
1분기 판매신용 역시 3조4000억 원 감소한 114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4분기(-2000억 원) 이후 9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박창현 팀장은 "연말에 소비가 늘어나는 계절요인이 소멸했고,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최근 가계신용 흐름에 대해 '완만한 부채 축소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0~2021년까지 분기별로 가계신용은 30조 원 이상 늘었는데, 이는 월평균 10조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1분기 13조7000억 원 감소는 최근 증가 규모에 비해 큰 편은 아니다"라며 "다만 월평균으로 4조5000억 원 감소했으니 가계신용 흐름에 있어선 완만한 부채 축소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2분기 가계대출 흐름에 대해 박 팀장은 "4월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전달 대비 2000억 원 늘며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4월 가계대출이 소폭이나마 증가했으니 2분기 가계대출 흐름에 있어서 부채 축소는 둔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도 거래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대출금리와 부동산 등 자산 시장 흐름이 가계대출 증감의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분기 판매신용 흐름에 대해선 "4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이 1분기 월평균 금액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대면 활동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 판매신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