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올 1분기 충당금을 대폭 늘렸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3배 가까이 불어난 곳도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급증하면서 고정이하여신 규모, 연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21일 인터넷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1분기 충당금전입액은 552억 원으로 전년(350억 원) 보다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도 612억 원으로 전년(207억 원)보다 195% 늘었다.
금융당국이 연일 리스크 관리 주문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도 충당금을 크게 확대했다. KB금융의 경우 전년 보다 358.3% 급증한 6682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신한금융도 89.4% 증가한 4610억 원, 하나금융은 108.5% 증가한 3432억 원을 쌓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충당금을 크게 늘린 이유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면서 고정이하여신 규모와 연체율이 동시에 상승했기 때문이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금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각각 1250억 원, 1123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고정이하여신 규모를 뛰어 넘었다.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3%로 1년 전(0.25%) 대비 0.18%포인트(p) 확대됐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0.64%에서 0.94%로 0.30%p 늘었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021년 582억 원에서 지난해 1010억 원으로 2배 가량 불었다.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381억 원에서 1023억 원으로 급증했다.
연체율이 크게 늘어난 것도 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나는데 일조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연체율은 0.58%p로 전년(0.26%)과 비교해 0.38%p 상승했다. 케이뱅크 연체율 0.82% 전년 동기(0.48%) 대비 0.38%p 뛰었다.
토스뱅크는 이달 31일 사업보고서 낼 계획인데,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지난해 대손충당금이 1863억 원이었다. 고정이하여신 규모와 연체율은 각각 460억 원, 0.72%다.
고정이하여신규모와 연체율이 늘고 있는 이유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늘어나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연간 취급액을 살펴보면 2020년 8212억 원을 공급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8조4882억 원을 기록하면서 2년 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중·저신용대출은 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이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케이뱅크는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를 목표로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 경영 차원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고정이하여신 규모와 연체율 등 관련 수치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