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회사에 투자할 때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초기 기업은 무엇보다 생존 자체가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를 지나면 지속가능성 또한 이슈인 만큼 ESG 리스크 영역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창업할 때부터 새로운 문제 해법이나 기술 혁신을 ESG 기회로 표방하며 당차게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
창업자의 절대적인 역할, 벤처 사업과 규모의 다양성, 투자의 단계별 접근 등 특징으로 인해 벤처캐피털(VC) ESG 분야는 대체투자 중에서도 독특하게 다뤄져야 할 영역이다.
기업 성장 단계는 세 단계로 나뉜다. 레벨1은 보통 ‘시드 투자(Seed Investment)’라고 부르는데, 해당 라운드 총투자금액 20억 원 이하나 기업가치 100억 원 이하의 단계다. 창업자와 회사의 비전, 팀의 역량과 보유 기술 등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자연히 ESG 평가도 이 부분에 집중된다. 창업자 자체가 거버넌스이고, 친환경 목표와 비전, 인권, 근로조건, 직원 다양성, 정보보안 등 회사 존속과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점검한다.
레벨2는 ‘시리즈(Series A, B)’ 투자로 부르는데 해당 라운드 총투자금액 20억~150억 원 이하 또는 기업가치 100억~750억 원 이하의 비즈니스 모델 확립 단계다. 회사가 정착되는 단계이므로, 레벨1외에 지표를 추가한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고 있으니 이제부터 거버넌스는 탄탄한 내부 시스템, 즉 자금관리, 내부감사, 준법경영, 윤리경영 구축이 중요하다. 환경은 비전 선포를 넘어 구체적인 지표에 의해 환경 관리와 성과를 모니터링한다. 직원들의 인적 구성뿐 아니라 보건과 안전도, 소비자 보호와 같이 기업 내부고객뿐 아니라 외부고객까지 ESG를 적용한다.
레벨3는 ‘시리즈 C(Series C)’ 이상 또는 해당 라운드 총 투자금액 150억 원 이상 또는 기업가치 750억 원 이상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상장이나 합병까지 고려하며 ESG를 살펴야 하는 단계다. 이 시기부터는 일반적인 상장사 ESG 평가모델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 즉, 거버넌스에서는 이사회와 주주 권익도 살펴야 하고, 상장하는 경우 주가 안정을 위해 최대주주 및 내부인의 주식 매도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록업(Lock-up) 지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환경 사회에서도 기업 내부뿐 아니라 공급망 협력사 전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온실가스 관리까지 중요해진다.
VC ESG의 사업별 이슈는 해당 분야의 특성과 발전 단계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공연 영상의 경우 레벨1의 단계에서는 제작·관리진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레벨2 단계에서는 저작권 보호가 중요하다. 예컨대,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헨리4세 연극 공연을 만들 때 제작진뿐 아니라 주연 조연 배우나 코러스 역할을 흑인이나 동양인이 맡을 수 있다. 자국을 넘어 전 세계 유통할 정도의 규모에서는 저작권 이슈가 대두될 것이다. AI를 활용한 의료와 같은 ICT 분야의 예를 들면, 사업 초기에는 환자 정보 보안이 핵심일 것이지만 사업이 성장할수록 방대한 자료를 다루는 하드웨어의 인프라 환경 부하와 지식재산권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될 것이다. 사업 간 적용의 이슈도 있다. 여행 앱의 경우 여행업으로 볼 것인가 IT산업으로 볼 것인가, IT 중에서도 클라우드로 볼 것인가 플랫폼으로 볼 것인가, 활발한 기업 인수를 통해 해외로 확장할 경우 앱 회사로 볼 것인가 M&A 회사로 볼 것인가에 따라 ESG 중점 평가 포인트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