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금피크제 도입하고도 업무강도 줄이지 않으면 무효"

입력 2023-05-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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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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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임금이 삭감됐을 때, 회사가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회일 부장판사)는 KB신용정보 전·현직 직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KB신용정보는 2016년 2월 노조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5세부터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성과에 따라 직전 연봉의 45~70%를 지급한다.

하지만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아무런 보상조치 없이 원고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 제1항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 조건 중 하나인 임금의 삭감이라는 불이익이 초래됐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선임직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를 저감하는 등 불이익에 대한 조치를 적절하게 마련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55세 이상 근로자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임금 삭감한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고령자 임금 삭감을 위한 임금피크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판결"이라며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불이익이 크지 않아야 하고, 불이익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원고 측의 입장에 법원 관계자는 "법원 차원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하의 근로자 첫 승소 판결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차이점에 초점을 두었다기보다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임금 삭감 폭이 과도한 점 등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의 불합리성에 초점을 두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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