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죽이지 않기를

입력 2023-05-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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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2년간의 월세 계약이 끝난다. 코로나도 끝났겠다 월세를 올려 받겠다는 집주인에 말에 전세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전셋집을 구하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전세 계약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니와 특히 청년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선 전세를 선택해야만 했다. 좋은 컨디션보다 안전한 집을 구하는 게 목표였다. 시세를 알 수 없는 신축 빌라는 피했고, 근저당이 잡혀 있거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집 역시 포기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 목표했던 집을 찾았고, 다행히 집주인도 잘 만나 원했던 특약 조건도 다 맞출 수 있었다.

고백건대 그간 기사로 전세사기 다룰 때는 피해자들의 상황이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직접 전세를 구해보니 피해자들의 겪었을 고통이나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해서 번 전 재산을 보증금으로 몽땅 내려니 손이 떨렸고, 새집에 대한 설렘보다는 걱정이 컸다. 훗날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최근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또 숨졌다. 피해자가 사망한 건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하지만, 해결책 마련은 답보 상태다. 오히려 지금은 전세사기 이슈가 정치권에서 정쟁으로써 소모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전세사기 특별법을 발표하고 법안 통과까지 계획했지만, 피해자 요건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문제 등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도 연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을 두 번 죽여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은 작금의 전세사기 논란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눈도장 찍기 좋은 이슈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피해자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죽음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역전세난 등 전세 시장마저 불안정해지면서 향후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돼 피해자들이 두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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