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효과 있을 뿐…펀더멘털 약화 우려
“모험투자 대신 안전자산” 증시도 악재
그러나 국채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이다. 국채 발행액이 계속 늘어나서 국가 채무가 급증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약화시키고 주식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기준금리 인하를 빠르게 가져가기도 어렵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할 수 있다.
특히, 고금리, 저성장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자본(주식) 대비 부채(채권) 투자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작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종료 전망이 강해지며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거래대금은 작년 말 389조 원에서 올해 3월 534조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도 19조 원에서 23조 원으로 늘었다.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축소되더라도 수요 둔화로 물가가 낮아진다면, 정부 보증으로 안전한 국채 중심으로의 자금 유입 지속이 가능하다. 국고채 금리는 국가가 보증하는 무위험 수익률(투자위험이 거의 없으며 돈의 시간적 가치만을 고려한 수익률)이므로 위험 프리미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장외채권의 개인 보유 잔고는 37조6000억 원으로, 과거 2년의 평균(9조5000억 원) 대비 4배 증가했다. 4월 누적 순매수 규모도 4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움직임과 연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으로 국고채 금리가 작년 하반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는 역대급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긴축의 효과가 실물 경기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주식시장은 공격적인 자금 유입이 제한된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험자산인 주식은 타격을 받게 된다.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던 지난해 투자자예탁금은 연초 67조5000억 원에서 연말 46조4000억 원으로 31%(약 21조 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8조6000억 원에서 16%(11조1000억 원) 감소한 57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CMA는 하루만 맡겨도 은행 이상의 이자가 붙는 증권사 계좌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잔고와 머니마켓펀드(MMF)형 잔고도 각각 10조6000억 원, 8000억 원 줄었다. RP형과 MMF형은 안정적인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초단기 상품으로 증시 대기자금을 담아두기에 적합하다.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러·우 전쟁, 미·중 갈등, 글로벌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 속에 증시에 뿌려졌던 돈들은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