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하는 증권신고서 정정...금감원과 시장의 ‘동상이몽’

입력 2023-05-14 12:00 수정 2023-05-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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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증권신고서 제출 33곳 중 13곳 정정…상장 일정 연기·철회
2017~2021년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평균 비율 3.0%…2021년 8%로 증가
업계 “위험요소 없어도 정정…명확한 기준 없어 어려워” 토로
금감원 “최근 특례 상장 많아져…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 제공할 필요”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상장 일정을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기준이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금감원 측은 심사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기업의 자발적 정정이라고 설명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회사 33곳 중 13곳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상장 일정을 미루거나 철회했다. 특히 4~5월에만 모니터랩, 나라셀라, 기가비스, 진영, 프로테옴텍, 큐라티스, 씨유박스, 마녀공장 등 8곳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 일정이 미뤄졌다.

증권신고서 정정 끝에 상장을 철회한 사례도 있다. 액셀러레이터(AC) 1호 상장으로 주목받았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세 번의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쳤다. 그러나 3월 금감원 정정 요구를 받은 뒤 공모 일정 차질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2021년 IPO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평균 비율은 3.0%였다. 다만, 2020년 6%, 2021년 8%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은 대부분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한 ‘자진 정정’이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 심사 과정에서 정정하게 돼 사실상 정정 요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 A 씨는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IPO 일정이 연기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트렌드적인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 B 씨는 “최근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 수정을 권유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다른 회사들도 실적과 같은 사항들을 금감원 권유로 추가하거나 자세하게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금감원의 과도하고 기준이 모호한 심사로 불필요하게 상장 일정을 늦추고, 위험요소가 아니거나 위험성이 낮음에도 정정을 하게 돼 투자자 우려를 높인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전혀 위험요소가 아니고, 우려되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음에도 계속해서 정정요구가 들어왔다”며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건 맞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일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기가비스는 “최근 증권신고서가 정정되면서 투자자 위험 설명상 중국향 매출이 크다고 나와 있으나 이는 대만계 반도체기판 제조업체 ZDT를 중국 회사로 수정했기 때문”이라며 “미·중 갈등에 따른 시장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 측은 최근 증권신고서 심사 기준을 높였다거나 정정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며, 심사 중 의문점을 소명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투자자 관점에서 증권신고서가 충분히 합리적이고 충분히 기술돼있는지를 본다”며 “설명이 너무 간략하거나 빠진 부분, 혹은 최근 경제 상황 등에 비춰 합당한지 여부 등을 물어보다 보면 회사 측에서 보완 필요성을 느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 기준은 기업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 다르므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특례 상장이 많아져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 기업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정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볼 수는 있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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