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나온’ 패션모델로 활동…롯데홈쇼핑은 루시 고도화 작업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는 유통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술적으로 100% 완벽하지 않지만 광고비를 아낄 수 있고 부정 이슈 등으로 인한 리스크까지 적기 때문에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가상 인간 ‘와이티(YT)’를 정식 쇼호스트로 발탁했다. 이어 와이티가 출연한 섬유유연제 브랜드 다우니의 ‘MD톡’ 영상도 공개했다.
와이티는 영원한 스무살(Young Twenty)이라는 뜻의 가상 인간이다. 신세계그룹이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과 손잡고 제작했으며 지난해 3월 등장했다. 등장 이후 서울시 청년 홍보대사로도 위촉되는가 하면 SSG랜더스 경기 시구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두 달여 동안 와이티를 테스트 방송에 내보내 정식 쇼호스트로 발탁할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스와로브스키 MD톡과 SK-II의 MD톡을 진행했는데 인간 쇼호스트가 진행한 콘텐츠보다 평균 30% 높은 조회수와 매출을 기록했다는 게 SSG닷컴의 설명이다.
패션기업인 LF도 가상 패션모델인 ‘나온’을 최근 공식 데뷔시켰다. 패션업계에서 자체적으로 가상 인간을 만든 건 LF가 처음이다. 나온은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의미다. LF는 이미지 형상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다. 나온은 등장하자마자 국내 패션 브랜드 던스트, 분더캄머, 레이스 등과 손잡고 화보 촬영에 나서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가상 인간 ‘루시’를 공개한 롯데홈쇼핑은 현재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모델이 대본을 읽으면 실시간으로 루시 고유의 목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 자동화된 가상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롯데홈쇼핑의 최종 목표다. 루시의 경우 시각특수효과(VFX), 리얼타임엔진 등 기술이 적용된 만큼 고유의 목소리까지 갖출 경우 유통업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루시는 매월 정기 방송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로 데뷔해 명품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가방 4종, 카드 케이스 3종을 25분 만에 완판시켰다.
가상 인간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든 버추얼 휴먼을 말한다. 가상 인간이 등장한 초기에는 TV광고 영역에서 활용됐지만 최근 IT업체들이 잇달아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음원 시장, 성우, 교육 등으로 진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기술적으로 더 고도화가 필요한 만큼 시장 성장 전망도 맑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진 리서치에 따르면 버추얼 휴먼 시장은 2030년 5275억8000만 달러(약 7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보다 기술적으로 더 발전해야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상 인간을 도입하고 있는 까닭은 광고비를 줄일 수 있고 부정적인 이슈 등 리스크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광고비에는 유명 연예인 모델 계약 비용, 의상, 메이크업, 촬영 등 다양한 비용들이 포함된다. 가상 인간을 활용할 경우 모델 계약비를 줄일 수 있고 의상이나 메이크업 등은 그래픽 기술로 별도 비용 없이 변화를 줄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유명 연예인들의 잇딴 구설, 쇼호스트의 욕설·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임창정과 협업에 나섰지만 최근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렸고 무신사 모델이었던 유아인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쇼호스트 정윤정의 욕설, CJ온스타일은 쇼호스트 유난희의 고인 발언으로 타격을 받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력 소비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 인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며 “비용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