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삶, 배움] 한 명의 천재는 온 국민이 키워낸다

입력 2023-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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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인재 확보와 창의적 인재 양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경제성장과 세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창의 인재 양성의 필요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초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변화를 이끌었다. 이와 함께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와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을 먹여살린다’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일류기술이 성장과 번영 가져와

세계 일류 기술을 가진 한 명의 천재가 한 국가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많은 이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은 기술만 좋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 결정론’의 완전체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발전이 더딘 것은 기술이 안 좋고 낙후됐기 때문이다. 엘리트 기술 엔지니어와 행정 관료로 구성된 기술관료주의자들이 기술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극단의 효율성을 도모할 때, 이런 기술 결정론은 경제 성장으로 대표되는 물질적 번영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다는 보편적 믿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파시켰다.

그러나 기술에서 극단의 효율성은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도출시킨다. 하나는 프랑스의 과학기술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의 지적처럼 기술은 인간의 요구(기술의 유용성)와 무관하게 기술만의 지향점(기술성)을 향해 질주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의 아버지 조지프 슘페터(Joseph Alios Schumpeter)가 말한 것처럼 기술이 자본가의 욕망만을 위해 존재할 때 자본주의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술성의 대표적 사례는 ‘챗GPT’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에 유용한지 여부보다 기술의 발전과 목표만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전문기술자들이 ‘챗GPT’에 우려를 내놓게 된다. 또한 AI는 자신을 개발한 전문 코딩개발자를 잡아먹는 위치에 올라서고 있다. 오늘날 대표적인 지식인 그룹에 서 있는 의사, 법률가, 약사도 이들 기술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런 우려를 100년 전 슘페터는 예견했다. 대다수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관료들은 슘페터의 혁신을 언급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한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슘페터의 관심은 경제성장보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을 말했다.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프랑스의 ‘68혁명’이다. 68혁명은 일부 엘리트 중심주의로 흘러간 기술관료주의의 종식을 촉구했다.

국가역량 모여야 기술 상품화돼

당시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지식인들은 기술관료주의자들이 엔지니어, 기술자, 중간관리자, 중간계급들을 핵심적인 동료 그룹으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에 저항했다. 전문기술자들과 중소기업 경영인들도 이에 동조했다. 1500명의 대기업 임원들도 이들의 요구에 수긍해 경영·경제의 민주화를 지지했다. 슘페터의 예언대로 지식인들이 노동자 계급의 정치화에 참여한 것으로 이는 지식인과 중간 계층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유지시키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었던 셈이다.

기술이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둘러싼 국가의 정치적 패권 역량, 기술을 지원할 자본력, 거대조직, 사람들의 문화적 수용력, 그리고 해당 기술의 좋고 나쁨과 무관한 비용 측면 등이 모두 고려돼야만 한다. 따라서 한 명의 천재는 수 많은 사람의 암묵적 지지와 사회구성원들의 요구가 있을 때 탄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한 명의 천재 인력이 보유한 기술이 자본가와 기업가만을 위한 것으로 전락한다면 우리의 일상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또 가정, 사회, 공동체가 지닌 보편적 가치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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