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지방은행 5곳서 연체율 모두 상승
정부 '상생금융' 압박에 건전성 악화 우려↑
취약차주 거절 가능성에 상품 효과도 의문
지방은행들이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 중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대환대출 상품 출시에 나섰다. 다만, 올해 1분기 지방은행들의 연체율이 늘어난 만큼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따른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달 말 ‘DGB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이 ‘KB국민희망대출’을 출시한 후 지방은행 중 첫 타자로 나선 것이다. BNK부산은행도 이달 중 ‘BNK 따뜻한 상생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경남은행은 기존 대환대출 상품의 금리와 한도 등을 다듬어 이달 내로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별도의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지만, 정부 기조에 맞춰 취약계층 지원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에는 지방은행 5곳의 연체율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전북은행의 연체율은 1.19%로 지난해 1분기(0.57%)대비 0.62%포인트(p) 올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대구은행 연체율은 0.54%로 같은 기간 0.24%p 올랐다. 광주은행은 0.17%p 오른 0.46%,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0.13%p, 0.04%p 오른 0.33%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전북은행 연체율은 1.04%로, 전년 동기(0.71%) 대비 0.33%p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은행 0.45%, 경남은행 0.28%, 대구은행 0.27%, 부산은행 0.26%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적게는 0.04%p에서 많게는 0.24%p 올랐다.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하반기에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심화하면 연체율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위험이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 1년 새 지방은행 연체율은 최대 0.62%p 오른 반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연체율은 1년 새 최대 0.08%p 상승에 그쳤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연체율과 상승 폭이 높은 건 중·저신용 차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중 지방은행 5곳에서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6.75~11.38%였다. 이는 4대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인 5.89~6.47%보다 약 1.8배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 중·저신용 차주들이 지방은행에 많음을 방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상생금융’이라는 당국의 압박에 무리하게 대환대출 상품 등을 내놓으면, 신용이 낮은 차주들이 2금융권에서 넘어와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의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은행은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거나 소극적으로 취급하게 될 수 있다. 지방은행의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의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드는 이유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위해 금융지원을 하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상품 출시라 (부담 증가는)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향후 판매 추이를 보고 급작스럽게 수요가 몰리면 리스크 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상생금융’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등 은행권 규제와 은행의 자체적인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부실 위험이 높은 취약차주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율 관리도 해야 하기에 사실상 저신용차주의 은행권 진입 기회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생금융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정부가 은행의 DSR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모든 부담을 은행이 지게 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보증 등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