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첫 전원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노동계가 다시 열린 회의에서도 공익위원에 날을 세웠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일 최임위 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간 팽배한 입장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이를 중재하고 조율하는 역할은 공익위원들의 역할이자 의무”라며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를 확립하고 공정한 최저임금 심의 진행을 위해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최임위 1차 전원회의는 지난달 18일 예정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은 배석이 합의되지 않은 노총 관계자들을 들여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장내 시위를 벌였다. 권 위원은 고용노동부가 발족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좌장으로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을 주도했다. 최임위에선 공익위원 간사다. 노동계는 권 위원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다며 ‘사용자 편향적 어용교수’라고 몰아붙였다. 근로자위원들은 사무국의 미합의 배석자 퇴장 요구를 거부했고, 박준석 위원장은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동계의 권 위원 사퇴 요구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심의가 개시되면 근로자·사용자위원이 각자의 요구안을 제출하고, 이후 공익위원 중재를 거쳐 수정안을 낸다.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통상 복수 안을 표결에 부치거나, 공익위원이 절충안을 내 표결한다. 올해도 노·사 간 입장차가 커 공익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도 권 위원 사퇴를 촉구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지난 회의를 중단시킨 박 위원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하며, 권 위원에게는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권 위원은 “사퇴는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공익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공익위원 간사로서 책무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한다”고 못 박았다. 박 위원장도 “사과할 말 없다”며 “(지난 회의 중단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요구액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올해도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노동계의 주장(시급 1만2000원)은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며 “소상공인과 중소·영세 사업주들을 사지 내몰고 폐업으로 내모는 주장이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
올해 심의의 관건은 1만 원 돌파 여부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95% 이상 인상되면, 시급 기준으로 1만 원을 넘어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