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자본잠식 상태 지속…상품 다각화·온라인 사업 강화
웨딩 시즌과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도 가전양판점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프리미엄 가전제품은 백화점에, 중소형가전·가성비 가전은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실적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점포 효율화, 서비스 강화 등 생존 전략 고민에 빠졌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33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5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 4조5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21년 3조8697억 원, 그리고 지난해까지 매년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롯데하이마트의 신용 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낮췄다.
전자랜드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현재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7% 줄어든 7229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09억 원의 영업손실도 냈다. 2021년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영업적자 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률은 82.6%로 전년 대비 41.7%포인트 늘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이사·혼수 감소로 가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통시장에서 가전양판점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도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가전제품은 백화점에, 중소형가전·가성비 가전은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준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쿠팡은 가전양판점의 사업 영역인 가전 희망일 배송, 설치를 비롯해 최근에는 AS(애프터서비스)까지 뛰어들었다.
올해 들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경영 효율화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 서비스를 내세우며 돌파구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비효율 소형 점포를 지역 대형 점포로 통합하는 점포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40여 개 점포를 폐점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AS와 가전 클리닝 등 관리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서비스를 브랜드화 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오프라인 매장 내 전용 상담 창구를 만드는 작업에 돌입갔다.
전자랜드는 상품 다각화와 온라인 사업에 힘을 준다. 우선 올해 중저가형 상품을 도입해 세분화된 소비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또 카테고리 확장과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한 온라인 쇼핑몰을 재정비하고,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회원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최근에 도입한 보험 서비스도 전자랜드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꼽힌다. 앞서 전자랜드는 롯데손해보험과 손잡고 3월 말부터 생활파손케어 보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파손된 가전제품의 수리비를 보장해주는 보험 서비스로 상품에 따라 최대 500만 원까지 제공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가전양판 시장의 업황이 좋지 못해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라 소비심리가 약화하면서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면서 “국내 가전 시장 경기침체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