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거래ㆍ셀프 신용관리앱 개발…AI 펀드 등 혁신모델로 호응 얻어
여의도 증권가는 이제 완전한 ‘디지털 퍼스트’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대면 접촉을 가로막았던 코로나19가 금융에 대한 시선을 바꿔 놓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안의 금융’이 일상화되자 증권사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시장의 판도를 기민하게 읽고 ‘디지털 혁신 금융’이란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에 발맞춰 ‘동학개미 운동’으로 대표되는 개인 투자자들과 디지털이 체화된 MZ세대에게 금융의 문턱을 낮춘다는 목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14개 부서를 통합한 디지털본부를 출범, 자본시장 혁신금융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내부 조직의 디지털화로 내실을 다지고 고객들에게도 다양한 요구에 맞는 디지털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체계적 준비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미래를 위한 디지털 기반 마련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역동적 조직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사장의 ‘디지털 전환’ 경영은 3년 전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2020년 ‘온라인 금융상품권’ 출시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ministock)’을 오픈한 바 있다. 미니스탁은 주식을 반드시 온전한 1주 단위로 매매해야만 한다는 기존 상식을 깨며 가용 자금이 많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용객 중 2030세대의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일상과 투자를 연결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모이다(moida)’를 통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모이다는 ‘일상 속의 투자’라는 슬로건 하에 증권을 비롯한 은행·보험·카드 등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고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 고객의 소비 패턴을 도출하고 관련 주식 종목을 추천해 준다.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토큰증권발행(STO) 부문에서도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STO 협의체인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하고 ST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협의체에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시범 운영 파트너로 참여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분산원장 구축을 위한 기술 파트너로 합류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 역량과 카뱅·토뱅의 플랫폼 역량이 시너지를 낸다면 국내 최대 ST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챗GPT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공지능(AI) 분야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7월 국내 첫 AI 기반 리서치 서비스인 ‘AIR’를 선보인 데 이어 ‘AIR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 바 있다. AIR는 매일 쏟아지는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 계량 분석으로 선별한 뉴스를 투자자에게 알아보기 쉬운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한다. AIR ETF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 124개 종목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제공한다. 보고서는 ETF에 관한 설명은 물론 최근 수익률과 펀더멘털, 피어그룹 분석 등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한 다양한 데이터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과 키워드 분석 등 자체적인 분석 모델을 활용해 주요 이슈와 연관된 ETF를 자동으로 찾아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