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씨 부인 최필순(83)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남편이 지난해 4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1년 투병 끝에 오늘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 1967년부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신혼부부에게 예식장 공간 사용과 의복 대여, 메이크업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해왔다. 고객 대부분은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신혼부부였고, 이들은 최소한의 사진 촬영값만 내고 식을 올렸다.
오랜 선행으로 백 씨는 2021년 LG 의인상을 받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14일 신신예식장을 찾아 백 씨를 만났다.
또 같은 해 10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면서 예식장은 더 유명해졌다.
과거 백 씨는 중앙대 교육학과에 입학했으나 집안의 사업이 망하며 졸업을 1년 앞두고 학업을 그만두게 됐다. 가족들은 백 씨만 남기고 야반도주를 했고 홀로 남은 그는 길거리 사진기사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백 씨는 사진 한 장에 20원씩 받아 모은 돈으로 2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사들였다. 백 씨는 “건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나처럼 돈 없어 결혼을 못 하고 애태우는 분들을 위해 결혼식을 열어 주고 나는 사진값만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1967년 6월 처음에 무료 예식을 시작할 땐 사진값만 받고 다른 것은 일체 무료였다. 그러다가 2019년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이게 ‘정부에서 채찍질하는가 보다’ 해서 그때부터 사진값도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백 씨는 100살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100살이 되면 내가 결혼시켜준 신혼부부 전화번호가 적힌 장부를 배낭에 넣고 전국 일주를 하고 싶다. 이들 부부가 얼마나 잘 사는지 찾아보러 떠나야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신신예식장은 아들 백 씨가 이어나갈 예정이다. 백 씨는 아버지의 예식장 일을 돕기 위해 대학 시절 사진학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신혼부부들의 더 멋진 결혼식을 위해 옥상과 바닥 등을 거액을 들여 리모델링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