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플랫폼 ] 성평등·다양성 부족한 저출생 대응정책

입력 2023-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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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3월 2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 들어 첫 회의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동시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이날 회의는 2020년 12월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기본 슬로건인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와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이해당사자들과 학계 그리고 정책 이행자들은 더욱 관심있게 회의 내용을 지켜보았다.

그중 저출생 대응정책은 아마도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세대에게도 큰 관심 대상이었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나 학령기를 거쳐 자신의 향후 생애를 노동 중심으로 전망하고 설계하는 2030세대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받았던 제4차 기본계획이 종료시점인 2025년까지 계획대로 이행될지 확인하려 했을 것이다. 한편 1990년대 이전 태어나 청장년기 과업인 일, 가정, 자기돌봄 또는 쉼(休)의 양립이 어려움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5060세대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기본계획 목표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이번 회의 결과를 주시하였을 것이다. 40대는 또 다른 이유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이들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제정과 제1차 기본계획의 발표 및 이행을 지켜보고 세부 사업을 이용한 당사자이다. 이들은 가족친화적 근로환경 및 양성평등의 사회문화 조성을 강조하는 기본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이를 가로막는 동아시아 특유의 발전주의 경제체제 및 기업관행과 가부장적 성별분업적 가족문화가 공고히 존재함을 체감한 1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마도 현 정부의 의지와 방향에 대해 다른 세대에 비해 비교적 냉정한 자세로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이날 발표된 저출생 대응정책 과제는 올해 처음 열린 회의라 어젠다와 일정만을 담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첫째, 성평등하게 일하고 돌보는 사회 조성에 대한 의지를 찾기 힘들다. 올해 3분기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및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한 부모 공동육아 인센티브 확대 개편 방안과 중소기업 남성 노동자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급여 지원 확대가 거의 유일하다. 남녀 모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의 권리를 누리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재택근로, 시차 출퇴근으로 인해 경력단절 걱정이 없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의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 특히 근로감독 확대, 전담신고센터 신설, 중소기업을 위한 일터 혁신 컨설팅과 대체인력뱅크 확충, 그리고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노동질서 준법 선언과 공동캠페인 검토는 남녀 모두 일과 양육의 양립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5년까지 추진 목표로 설정된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에 관한 적극적 의지이자 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 모집, 채용, 배치, 업무분장, 승진, 평가, 고용 유지 등 성평등한 직업생애 전망이 보장되어야 청장년 여성과 그 배우자가 출산, 입양, 양육을 선택할 것인데 이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 여성이 집중된 돌봄분야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도 찾기 힘들다. 오랫동안 사회문화적으로 구축된 돌봄노동의 여성화 현상은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해 일견 모순적이기도 하고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는 돌봄노동 시장으로의 집중과 함께 진행되었다. 이는 오랜 동안의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와 성차별적 노동시장 관행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아이 돌봄 영역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활동이 지속 가능할 것이다.

셋째,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장애아동 가정, 장애부모 가정, 입양아동 가정, 조손 가정 등 다양한 유형의 가정의 아동과 부모에 대한 지원을 찾기 힘들다.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외에는 명시적인 지원 계획이 없다. 부모의 인구사회경제 및 장애 특성,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주거, 양육, 교육, 건강, 문화 측면에서 실질적 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소위 정상가족 모델에 기반한 가족 친화 정책과 이민자 수용 정책만으로는 온전하고 지속 가능한 저출생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대응 국민참여위원회와 정책 옴부즈맨 도입을 통해 정책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2025년까지 제4차 기본계획의 기본 슬로건에 충실하게 세부 사업들을 이행하여 더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환경에서 제5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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