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세계 1위’ 칠레, 리튬 국유화 선언

입력 2023-04-23 15:39 수정 2023-04-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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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정부와 채굴권 협상해야
자원보유국 보호주의, 전기차 공급망 리스크로 떠올라
멕시코는 작년 국유화 관련법 개정 완료
칠레 ‘친중국’ 행보에 서방 기업 불안 고조

리튬 매장량 전 세계 1위인 칠레가 리튬 산업 국유화를 선언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꼽힌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앞서 20일 TV 연설에서 자국의 첫 사회주의자 대통령인 살바도르 아옌데 전 정권 시절인 1971년의 구리 국유화를 언급하면서 “리튬 생산을 담당하는 국유기업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국유기업을 설립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는 전 세계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리튬 국유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누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칠레는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52%를 차지하는 호주에 이어 세계 2위 리튬생산국이다. 전 세계 생산 비중은 25%에 달한다. 그러나 매장량 기준으로는 920만 톤으로 세계 1위다.

보리치 대통령은 그간 광산업체들의 세금 부담을 늘려 사회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업계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당장 칠레의 국유화가 현실화하면 기존 리튬 채굴업체들은 채굴권을 놓고 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리튬 채굴업체 SQM과 미국 알버말은 각각 2030년, 2043년 리튬 채굴권이 만료된다.

업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보리치 대통령은 “정부는 기존 계약을 존중할 것”이라며 “계약 만료까지 기업들의 채굴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리튬은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생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국유기업이 리튬 생산을 주도하되 민간기업 투자도 부분적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이 공동 출자해 회사를 설립하면 국유기업이 과반 지분을 갖게 된다고 보리치 대통령은 전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칠레로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자원보유국의 보호주의가 전기차 공급망의 커다란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관련법 개정을 완료한 멕시코의 경우 새로 설립된 국유기업이 생산을 독점하게 됐다. 멕시코는 이제까지 리튬을 채굴한 적이 없지만, 매장량은 세계 10위다.

특히 칠레가 ‘친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서방 기업들의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칠레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가장 먼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었으며,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끈끈한 편이다. 중국의 리튬 대기업인 톈치리튬은 2018년 칠레 SQM 발행주식의 약 24%를 취득하기도 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며 양국 경제 관계 강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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