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등 비용 부담 커진 탓인데…난처한 외식업계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가 외식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외식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자재, 인건비 상승으로 외식업계 역시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외식 가격 인상 흐름이 주춤할지 주목된다.
2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 주재로 커피, 햄버거, 치킨 등 주요 외식 업체들을 대상으로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외식업계에 밀가루, 식용유, 커피 원두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국제가격·수입가격 하락, 할당 관세 연장, 밀가루 가격안정사업 등을 통해 하락세라는 점을 설명하며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밀은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5월 톤(t)당 419달러에서 지난달에는 253달러로 40% 하락했다. 커피 원두 수입가격은 지난달 기준 ㎏당 5703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11.5% 떨어진 수준이다.
정부가 외식업계를 모아놓고 물가 안정을 언급한 건 최근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8개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은 1만352원으로 전년 동월(9369원) 대비 10.5% 상승했다. 특히 1만 원 이내로 먹을 수 있는 메뉴에서 비빔밥과 냉면이 빠지면서 김밥·자장면·칼국수·김치찌개 백반 등 4개 품목의 가격만이 1만 원 이하로 집계됐다.
외식업계는 올해 들어 원재료비·인건비·임대료·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교촌 오리지날 제품 가격은 1만6000원에서 18.75% 오른 1만9000원으로 변경됐다.
패스트푸드 업계도 가격을 올렸다. 버거킹은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인상했고 이에 앞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각각 평균 5.4%, 5.1%씩 올렸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식품 물가가 상승하자 식품업체 임원들을 불러 모아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니까 정부에서 작년에 식품업계 간담회를 한 것처럼 불러 모은 것이지 않으냐”며 “한쪽을 억누른다고 해서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가격 인상 이슈는 전 세계적 거시경제 측면에서 원인이 있는 만큼 기업들을 모아놓고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적인 문제라 일개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기업이) 감내하라는 건데 외식 물가는 B2C이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 그래서 한계에 부딪혔을 때만 올리는 것인데 원재룟값에 이어 임차료, 인건비까지 치고 올라오니까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