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0일 벤처펀드의 주요출자자인 은행권이 모험자본 공급에 나설 수 있도록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도록 은행의 혁신성을 평가할 때 ‘벤처기술기업’ 대출 실적을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브리핑에서 “업계 의견을 최대한 충실히 반영해 민관협력 방식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월 중소기업 지원방안 발표 당시 창업·벤처기업 육성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최근 벤처업계 상황을 고려해 추가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예비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벤처 생태계 구축’이라는 국정과제에 맞춰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올해 1월 창업·벤처기업 육성에 29조7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오늘 마련된 방안은 벤처업계의 주요 참여자인 벤처투자자, 벤처기업의 의견을 고려해 현재 벤처투자의 ‘데스밸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요 벤처투자자들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요인 등으로 신규투자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고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기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신규투자를 위한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벤처기업들은 신규 투자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벤처대출 등 다양한 금융지원수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매출이 없는 초기 벤처기업이나 매출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딥테크 업종의 자금조달 애로 등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정책금융기관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민관협력 방식의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올해 1조 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해 벤처투자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탈이 만기가 도래한 펀드를 계획대로 청산해 이를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벤처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은행권이 모험자본 공급에 나설 수 있도록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를 현재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상향하고, 벤처기업 등에 대해 투자하는 코넥스 스케일업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벤처기업 등이 코넥스에 상장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는 기업은행이 초격차, 첨단전략산업 등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목적 펀드에 3년 간 2조 원 이상 출자한다. 매출이 없는 초기 벤처기업 또는 매출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딥테크 기업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금융위는 민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벤처기업에 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벤처기술기업에 대해 은행이 대출한 실적을 향후 은행의 혁신성을 평가하는 기술(TECH) 평가 지표에서 우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기술력이 있어도 매출과 담보가 부족해 대출받기 어려웠던 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후속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기 벤처기업에 운전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혁신기업 선정 지원금을 기업당 150억 원에서 200억 원까지로 늘리겠다고 했다. 또한 산업은행이 신규펀드를 조성해 해외기업 인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벤처기업에 올해 3000억 원을 공급하고, 기업은행에서 기업당 최대 300억 원까지 기업 인수합병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벤처업계의 어려움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우리 벤처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정부도 벤처업계의 혁신이 멈추지 않도록 앞으로도 업계와 자주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