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끝났는가?

입력 2023-04-20 05:00 수정 2023-04-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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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

한국은행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지만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기에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데, 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빠르게 식고 있는 국내 경기라고 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외국계 기관들의 한국 경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다. 내수보다는 수출 성장에 의존하는 면이 강한 한국에 있어 수출 주력 업종인 반도체 업황의 부진은 치명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수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의 봉쇄는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다가온다. 연초 굳게 믿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역시 생각보다는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에서의 성장이 부진하다면 내수 소비나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 그러나 수출 부진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부담을 함께 느끼는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 하락 및 대출 금리와 물가 상승에 신음한 내수 소비 역시 빠른 회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가의 성장을 가늠하는 3요소인 수출, 투자, 소비가 함께 위축되면서 성장 둔화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상 행보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국은행의 고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와 사상 최대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차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행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고점 대비 큰 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큰 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 자체의 물가 전망 역시 하반기 3%대로 추가 안정을 예상하는 만큼, 당장은 물가 부담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한미 금리 차이다. 미국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를 4.75~5.0%로 인상하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인 점을 감안하면 양국 간의 금리 차는 1.5%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로 벌어져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보다 높은 금리를 향해 움직이는 자본의 속성을 감안하면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한국에서 자본이 유출되어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미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자산을 매각해 받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해서 해외로 유출되는데, 대량 원화 매도와 달러 매수 거래로 인해 달러화는 강세 기조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할 수 있다. 환율의 상승은 국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경우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재차 상승 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부담이 큰 상황임에도 어떻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을까?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을 보면 지난해 기록했던 달러당 1440원 수준에서 크게 하락, 현재 1300원대 초반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환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얘기는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어 있음에도 불구, 아직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자본 유출의 우려가 크지 않고 고공 비행을 이어가던 인플레이션이 다소나마 소강 상태이기에 한국은행은 국내 내수 경기에 초점을 맞추며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환율이 다시금 변동성을 높인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산유국들은 미국과의 갈등을 표면화시키면서 국제 유가 하방을 방어하기 위한 원유 감산을 단행, 국제 유가의 반등을 유도하고 있다. 상승 전환한 국제 유가와 함께 환율까지 뛰어오르게 되면 재차 국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환율 변동성 확대는 자본 유출에 대한 시그널이 되는 만큼 국내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아직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었다는 기대를 갖기에 조금 섣부른 감이 있다. 보다 신중하게 향후 환율과 물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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