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재난통신기록 폐기 규탄…행안부 장관 파면해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10‧29 이태원 참사’에 관한 책임이 있는지를 가리는 탄핵 재판이 다음달 9일 정식 변론에 들어간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소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갖고 준비 절차를 마쳤다. 이날 헌재는 5월 9일 오후 2시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와 이 장관 측은 이달 4일 첫 번째 준비기일에 이어 이번에도 증인 및 증거 채택과 현장검증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회 측은 전날 재판부에 총 8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여기에는 참사 유가족 대표와 생존자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현장에서 직접 소방‧경찰 인력이 제대로 구호 활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경험한 분들”이라며 “정부 역할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신청된 증인 대다수가 국정조사에 출석해서 증언한 사람들”이라며 반대했다.
주심을 맡은 이종석 재판관은 “국회의 국정조사와 헌재 탄핵심판 절차는 별개”라면서도 “제출된 수사 기록을 종합해서 증거채부결정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식 변론 기일에 증인 채택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또한 국회 측은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의 현장 검증을 신청했다. 골목의 폭과 길이, 참사 현장 주변의 도로 구조를 직접 방문해 확인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서도 이 장관 측은 “화면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헌재는 준비 절차를 마무리한 만큼 심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장관 탄핵 소추의결서는 2월 9일 접수됐다.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 대응기관 사이의 재난안전통신망 교신 내역이 3개월 만에 모두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1조5000억 원을 들여 구축한 재난 유관기관 간 통신 통합 플랫폼으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 대응기관 사이에 이뤄진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이 3개월 만에 폐기된 사실이 알려졌다.
유가족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난통신망 기록 폐기에 이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장관 파면을 헌재에 재차 촉구했다.
한편 유가족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독립조사기구 구성을 담은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