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본격적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모든 업종이 발 벗고 뛰어든 것은 아니다. K드라마와 K팝 등의 유행으로 패션업체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내며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선 반면, 뷰티업계는 온라인에 집중하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브랜드코퍼레이션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대형쇼핑몰 ‘글로벌 하버(Global Harbor, 환치우강)’에 중국 1호 매장을 열었다고 18일 밝혔다. 이 회사는 2020년 12월 중국 최대 스포츠기업 천마(티엔마)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럭키리프’와 ‘티몰’, ‘징동닷컴’에 입점해 입지를 다진 후 지난해 중국 법인을 설립했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현지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마케팅을 진행하고, 향후 북경과 상해, 광주 지역에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MLB 브랜드 히트로 중국에서 소비자 판매액 1조 원을 넘기며 승승장구 중인 F&F도 중국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업계는 2021년말 500개였던 중국 내 MLB 매장 수는 작년말 기준 889개로 늘었고, 올해는 1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아웃도어 내셔널지오그래픽 운영사 더네이쳐홀딩스는 최근 중국 기업 ‘베스트셀러’와 중국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올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약 8개 매장 오픈이 목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드라마와 K팝의 열풍으로 우리나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중국 현지에서 높아졌다”며 “온·오프라인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패션업계와 달리 그동안 중국 한류 선봉장을 맡았던 뷰티업계 사정은 다르다. 자국 브랜드 약진으로 한국 화장품이 외면받으면서다. 자칫 오프라인 사업에 적극 나섰다가 투자 비용만 날릴 우려가 높다. 실제 지난해 온라인 쇼핑 축제 ‘618행사’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 톱10에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프로야와 웨이눠나 등 중국 브랜드에 자리를 내줬고, 광군제에서도 K뷰티의 인기는 시들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활용해 철저한 ‘고급화’와 ‘VIP 마케팅’ 전략을 실시 중이다. 현재 ‘후’는 상하이 ‘빠바이빤(八百伴), ‘지우광(久光)’, 베이징의 ‘SKP’ 등 주요 최고급 백화점 200여 곳에서 입점했고, LG생활건강은 VIP초청 뷰티클래스 등 상위 5% 고객 공략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이니스프리 매장 철수와 동시에 오프라인 사업을 줄이고,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한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중국 매출은 감소했으나, 과도한 프로모션 축소 및 비용 효율화로 중국 사업은 흑자를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자사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AGE20’s(에이지투웨니스)’는 이달 ‘티몰(Tmall)’에 ‘AGE20’s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는 지난해 중국 티몰 ‘루나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지난달엔 중국판 ‘틱톡(더우인)’에 단독 브랜드관 ‘루나 뷰티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온라인 판로를 확대했다.
중국 경제는 작년말 리오프닝에 돌입해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매판매액은 전년대비 5.8% 상승세를 기록하며 소비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디. 특히 소매판매액은 1~2월 전년대비 3.5% 증가한 데 이어 3월에는 10.6%로 치솟았다. 중국이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중국인들이 보복성 소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까지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의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리오프닝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영향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중국 향 수출액은 104억 달러로 2월(99억 달러)에 비해 5.4% 늘었지만 1년 전(156억 달러)보다는 33.4% 내렸다. 작년 3월 흑자였던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거대 시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다인종 국가라지만 패션이나 화장법에 차이가 커 메인스트림(주류층)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북미나 유럽 등의 적극 진출하는 것 역시 브랜드력을 높여 중국에서 흥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는 경기 침체에 따라 우리나라의 내수 부진이 예상되면서 국내 유통사에게 해외 사업 확대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비 둔화와 원가 부담으로 인해, 주요 유통·음식료 업체들의 경영환경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회복 효과가 아니라면, 구조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