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오남용 막자…SKㆍ현대차ㆍLG 등 나서
사용 제한, 주의 메시지 공지 등 조치 마련
"정보 유출과 더불어 사용 범위도 고민해야"
챗GPT 사용으로 사내 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나오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사용 주의를 환기하거나, 아예 사용을 금지하는 등 조치로 경계 태세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사용 여부뿐 아니라 활용 범위 등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세심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전자는 일부 직원의 챗GPT 사용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은 지난달 회사 내에서 챗 GPT 사용을 허가한 뒤 곧바로 몇 건의 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임직원이 반도체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챗GPT에 오류 해결을 요청하며 정보를 입력한 사례가 모니터링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사내 게시판에 챗GPT 사용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메시지를 공지하고, 질문당 업로드 용량을 1024바이트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시작했다. 아직 챗GPT 사용이 금지돼있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허가 여부 등 지침을 마련 중이다.
챗GPT와 관련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주요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이를 방지하려는 조치에 나섰다.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거나, 제한적인 경로로 이용하게 하는 등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챗GPT와 같은 챗봇 AI 활용 지침을 수립 중”이라고 답했다.
SK하이닉스는 기본적으로 사내에서 챗GPT를 사용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전 검토를 거쳐 허용한다. 포스코는 오픈AI가 아닌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챗GPT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정보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다만 사내 협업 플랫폼 ‘팀즈’에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해 기능은 창의적으로 이용해볼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LG전자·현대자동차는 아직 챗GPT 활용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최근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주의점을 공지했다.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다수의 금융권 주요 기업이 임직원의 챗GPT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도 챗GPT를 포함한 대화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막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고가 이미 발생한 만큼 챗GPT 사용과 관련해 보안을 하는 게 당연하고, 조치도 계속 마련 중”이라며 “사용할 수 있게 하더라도 제한적으로만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형 전 인공지능연구원장은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이 완전히 담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중요한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기업들이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보안을 유지하는 것에 더해 임직원이 챗GPT를 활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