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한 번 두고 난 뒤, 다시 한 번 두었던 그대로 돌을 놓아 보는 일을 복기(復棋)라고 하지요. 승패에 상관없이 판국을 비평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더 나은 대결을 위해 스스로 돌아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국을 마친 뒤 흥분을 한참이나 가라앉힌 뒤에 복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에 끝나지도 않습니다. 복기를 반복할 때마다 다른 묘수가 또 나오기도 하니까요.
서울모빌리티쇼가 폐막한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행사를 두고 갖가지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와 “갈수록 퇴보 중”이라는 비판이 모두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올해 행사는 2021 모빌리티쇼처럼 격려가 많았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는데요. 세계 주요 모터쇼가 잇따라 행사를 취소하는 마당에 서울모터쇼는 이름까지 ‘모빌리티쇼’로 바꿔가며 명맥을 이으려 노력했거든요.
올해 행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사를 기획했던 지난해 초, 도무지 코로나19의 종착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번이나 개최 시기를 미룬 끝에 2023년 행사를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다만 주요 완성차와 수입차까지 불참 의사를 밝히다 보니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조직위원회는 이들의 빈자리를 UAM이나 각종 전장 업체, 중소기업들로 간신히 채웠습니다. 볼거리를 하나라도 더 채워야 한다는 처연함도 엿볼 수 있었지요.
이처럼 서울모빌리티쇼는 매 행사 때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나은 행사로 거듭났습니다.
한때는 국산차와 수입차가 서로 힘을 과시하며 충돌하기도 했었는데요. 결국, 국산차와 수입차가 각각의 모터쇼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산차와 수입차가 한 곳에 모여 모터쇼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한때는 행사의 관건이 되기도 했던 것이지요. 그뿐인가요. 모터쇼가 끝나면 주요 언론사들이 앞다퉈 ‘모터는 없었고 쇼만 남았다’라는 보도를 쏟아내고는 했습니다. 신차를 찾아보기 어렵고, 자동차 대신 모델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나은 행사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이런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노출 의상을 입은 모델이 차 앞을 가로막는 일이 사라진 것도 행사에 대한 이런 ‘복기’ 효과 가운데 하나지요.
올해 행사를 복기하다 보니 “몇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느냐”도 관건으로 떠오릅니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는 행사를 마친 뒤 “열흘 동안 51만 명이 행사장에 다녀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실일까요. 이번 행사는 경기도 고양에 자리한 킨텍스 1전시장에서 열렸습니다. 관람객이 입장하는 입구는 두 곳뿐이었지요.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51만 명이 다녀갔다는 발표는 의문투성이입니다. 먼저 입구에서 관람객의 입장권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을 따져봤습니다. 1초에 관람객 1명씩 쉼 없이 입장했다고 가정해 보니 의문은 더 커집니다.
1분에 60명, 10분에 600명, 한 시간이면 3600명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가 2곳이니 1시간이면 모두 7200여 명이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입구를 7시간(주말은 8시간) 열었으니 하루 5만 명 관람객을 겨우 채우게 됩니다.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는 행사 기간(10일) 51만 명이 다녀갔다고 했는데요. 행사 기간 1초에 한 명씩 관람객이 쉬지 않고 줄지어 입장해도 폐막 때까지 채우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행사 기간 모빌리티쇼 현장을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당시에 한가했던 행사장 입구를 떠올려보면 조직위가 강조한 “누적 관람객 51만 명”이라는 발표에는 의문만 가득해집니다.
물론 그들의 의지는 이해가 됩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오는 10월 재팬모빌리티쇼를 준비 중인데, 관람객 100만 명을 예상 중입니다. 주요 제조사는 한국보다 중국 모터쇼(오토 차이나)에 관심을 더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5위권 자동차 생산 강국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일본에 모빌리티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도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누적 관람객 숫자가 결코 행사의 성공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진짜로 51만 명이 입장했다면 그에 따른 근거와 80억 원에 가까운 입장권 수익, 나아가 용처까지 밝히시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