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수소, 미래차 등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K칩스법'에 이어 K팝, K게임 등 이른바 'K-콘텐츠'에 대해서도 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10일 국회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K-콘텐츠의 세액공제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K-콘텐츠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지원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용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 고금리의 상황에서 K-콘텐츠는 2021년 수출액이 124억 달러를 돌파했고, 가전과 2차전지를 비롯한 주요 품목들의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면서도 "국내 콘텐츠 기업의 약 90%가 10인 미만의 소기업이고,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콘텐츠 분야 투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해외 제작자 또는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은 자국의 파격적인 세액공제 혜택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세제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쟁 적책을 논의하고자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이승희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주로 제작 지원과 같이 보조금을 통한 직접 지원에 주력해왔지만, 점점 커지는 콘텐츠 제작규모를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세제지원과 같은 간접지원을 통해서 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민간 자본 재투자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원은 "현행 세제지원 제도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에 콘텐츠 기업의 경우 법인세가 발생하는 대기업의 경우라도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세액공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제도적인 장벽이 존재한다"며 "제조업 중심의 제도를 개선해서 산업 간의 세대 지원 불균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영상콘텐츠에 대한 공제율을 현행 공제율의 2배로 상향했을 때의 경제적 순편익은 1449억 원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영상콘텐츠뿐만 아니라 게임, 만화, 웹툰, 음악 등 다른 장르의 콘텐츠 제작비를 현재 영상콘텐츠 수준으로 세액공제할 경우의 경제적 순편익은 1543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제조업과 달리 콘텐츠는 상품화 이전 단계까지는 예산이나 제작기간이 변경되는 등 위험 부담이 따르는 연구·개발(R&D)의 성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시 공제에 준하는 정도의 중소기업 기준인 20%의 공제율 상향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현재 영상 콘텐츠에 국한된 제작비의 공제 지원을 향후에는 다른 장르 콘텐츠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지원 문화체육관광부 한류지원협력과장은 "문체부는 현재 영상콘텐츠 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각각 3%, 7%, 10%에서 10%, 15%, 20%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2023년부터 OTT 분야가 공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당 분야 이외에 '교양 분야'를 추가할 예정으로, 관련 부처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와 업계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을 주시면 세제지원을 이끌어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용 의원은 최근 현행법상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특례를 음악, 게임, 출판, 만화 등 '문화콘텐츠'로 확대하고,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각각 6%, 14%, 2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K-콘텐츠 발전 3법'을 발의한 바 있다.
K-콘텐츠 발전 3법에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의 지역에서 창업한 콘텐츠 중소기업에도 50%의 법인세 감면율을 적용하고, 영화·공연 관람료와 온라인을 통해 공급하는 영화·방송프로그램·음악·게임·웹툰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좌장으로 김선혁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발제를 맡은 이승희 연구원을 비롯해 신지원 문체부 한류지원협력과장,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 박찬욱 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박성현 CJ ENM 부장, 권혁우 네시삼십삼분 이사, 윤희경 래몽래인 이사,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국장 등이 토론회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