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메모리 감산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소폭 상향조정했다. 최대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감산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의 파급력이 크며, 경쟁사들이 추가적인 감산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국내 증권사 7곳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 원에서 9만 원으로 13% 상향조정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지부진했던 감산에 대한 결정이 났고, 이에 따른 투자 센티멘트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급과잉 국면이 이전 전망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BNK투자증권은 이날 IBK투자증권 다음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 9만 원(기존 목표주가 7만7000원)을 제시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바닥에 접근함과 최악의 실적 악화 국면이 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라며 “아직 본격적인 수요 증가나 실적 상향 조짐은 없으나, 주가는 이미 바닥을 지나 반등 추세에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7만5000원→8만3400원), 키움증권(7만8000원→8만 원), 신영증권(7만6000원→7만9000원), 유진투자증권(7만2000원→7만8000원), 다올투자증권(7만1000원→7만5000원) 등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들어 19% 오르며 반도체 업종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KODEX 반도체 상자지수펀드(ETF)는 순자산 3000억 원을 돌파했다. KODEX 반도체 ETF 수익률은 1개월 수익률 5.7%를 기록했다. 작년에 상장한 KODEX Fn시스템반도체는 1개월 수익률 14.4%의 성과를 보였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반도체 감산 조치 지속과 K-칩스법 등 반도체 산업 관련 정부의 정책 지원, AI 산업 수요의 확대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반도체 섹터의 전반적인 반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메모리 재고수준이 2분기 내로 고점을 형성하고, 연말까지 재고 소진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2분기부터 낙폭이 줄어들며 하반기 공급량 조정에 따른 수급 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감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말 대비 15~20% 수준의 웨이퍼 투입량 감소가 기대된다”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업체 대비 원가 우위를 보유하고 있어 감산 규모는 경쟁사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보유 재고의 수준 절대량이 많아 연중으로 유의미한 수준까지의 감소는 어려울 수 있기에 계약가격 인상은 3분기는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재고의 피크아웃과 공급사의 감산 기조는 수요측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현물가격 인상으로 선행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의 출하량은 분기 후반에 고객사의 재고 축적 수요가 발생하면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며 “이를 반영한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2분기 영업손실은 2조9000억 원 또는 그 이하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가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랠리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증권에 따르면 과거 반도체 실적이 적자 혹은 적자에 준하는 최악의 실적시즌 기간에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실적이 끝난 후엔 주가가 횡보하며 탐색 구간을 지났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는) 최악의 실적시즌 이후에는 일진일퇴하면서 상승하며, 경기반등이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랠리를 펼친다”며 “이미 일부 경기사이클 지표는 반등을 시작했다. 따라서 탑다운으로 볼 때 랠리 시기는 올해 하반기~내년 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