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사건도 성남지청서 중앙지검으로 이송ㆍ수사
경찰, 주범 이경우 자택 이어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이원석 검찰총장은 6일 최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납치 및 강도살인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이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강남 납치‧강도살인’ 사건의 수사 경과를 보고받고 “경찰에서 일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송치되기 전에 미리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김수민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검사 총 4명이 참여하는 전담 수사팀을 만들고 수사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9일께 이들이 송치될 것으로 보고 미리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검토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담 수사팀 구성은 이 사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의자들과 피해자가 연루된 공갈 사건 역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수사 중이다.
강남 납치‧강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주범 이경우(35‧구속)가 근무했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경우가 범행 전까지 사무장으로 일하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측은 이경우가 근로계약서를 쓴 정식 직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은 이경우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후 범행 차량에서 나온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이경우의 아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와 이경우 부모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경우는 지난달 29일 역삼동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48) 씨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이달 3일 황대한(35‧구속), 연지호(29‧구속) 공범 2명과 함께 구속됐다.
강남 납치‧강도살인 사건을 모의하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네 번째 공범의 구속 여부도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20대 이모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심리했다.
이 씨는 법정에 출석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가 그만둔 이유가 무엇이냐’,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월 강남 납치‧살인 사건 공범 황대한으로부터 A 씨를 살해하자는 제안을 받고 그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혐의(강도예비)를 받는다.
황대한은 이 씨에게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며 범행을 제안했다. 이 씨는 3인조 가운데 납치‧살인을 직접 실행한 황대한‧연지호와 같이 A 씨를 미행‧감시하며 범행 시기를 엿보다가 지난달 중순 손을 뗐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과거 배달 대행 일을 하며 두 사람을 알게 됐고, 피해자 A 씨와는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와 범행 전 금전 거래가 있었고 사후에 만나기도 한 유모 씨도 5일 체포돼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에 따른 원한이나, 금전을 목적으로 한 청부 살인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총장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범행의 배경과 동기를 포함한 전모를 명확히 규명하고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