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중국 기업 전체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돼
업계선 중국 견제 수위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아르헨ㆍ인니 광물 조달국 포함 여부도 관심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조항을 발표했으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배터리 업계는 평가한다. 해외우려기업(FEOC)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서다. FEOC 관련 지침이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는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 세부 조항 발표에서 빠진 FEOC 관련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EOC의 세부 정의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1~2년 내 공급망을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서다.
이번 발표에서 FEOC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탈(脫)중국을 바로 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애초 예상대로 FEOC에 중국이 포함된다면 해당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국내 업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배터리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IRA 백서에는 FEOC로부터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FEOC에 어떤 기업이 들어갈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국 ‘인프라 투자 고용법(IIJA)’에 정의된 중국·이란·북한 등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FEOC에 중국 기업 전체가 포함되는 경우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수산화리튬·코발트·흑연의 중국산 수입 비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중국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최근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까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 수위를 현실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2025년부터 중국 광물을 못 쓰게 했는데 아무도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인센티브 제도가 작동되지 않는 것”이라며 “미국도 허울뿐인 제도가 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의 핵심 광물 조달국 포함 여부다. 미국 재무부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2027년까지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해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미국은 ‘핵심광물협정’을 통해 비(非)FTA 체결국도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일본과 해당 협정을 맺으면서 일본산 핵심 광물을 보조금 대상에 포함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였던 일본은 이번 협정으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배터리 업계는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도 해당 협정을 통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을 조달해올 수 있는 국가 대부분이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인 만큼 조달국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원료를 조달해오고 있다.
정부는 IRA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관련 업계와 범정부적으로 대미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IRA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며 “향후 의견 수렴 및 보조금 신청 과정 등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애로사항은 최소화하도록 관련 업계와 함께 범정부적으로 대미 협의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공급망 무기화, 첨단분야 경쟁 격화 등 대내외 여건이 급변한 데 따라 2021년 12월 선정한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재정비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공급망 리스크가 새롭게 부각된 품목, 신성장·핵심 산업 필수 품목, 국민 생활 직결 품목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품목을 추가하고 국내 생산 전환,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관리 필요성이 낮아진 품목은 핵심 품목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