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를 해소하려면 수입 축소보다는 수출 회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수출구조를 바꿔야 한다. 우리 수출이 시장 면에선 중국에, 품목 면에선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 보니 지금처럼 중국 경제와 반도체 시황이 악화되면 우리 수출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수출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여기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선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중(對中) 수출전략을 보완하는 것이 요긴한 방법이다.
우리의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 달러로 최대치에 기록했다가 작년 4.4% 감소한 데 이어 올해 3월까지는 31% 줄었다. 10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되고, 3개월간 무려 74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최근 대중 수출 감소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중국의 대외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거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이 꼽힌다. 그래서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날 하반기쯤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재·부품 등 중간재가 대중 수출의 80%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나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최근 한·중 무역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과거엔 중국이 수출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간재를 상당 부분 한국 등 주변국에서 수입했으나, 중국이 점차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중국제조 2025’ 전략에 따라 첨단 분야까지 자체 기술력을 키우고 있어 최근엔 상황이 급변했다. 예를 들면 석유화학의 경우 기초유분은 이미 자급도가 100%를 넘어섰고, 중간체도 70~80% 이상으로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액정표시장치)는 중국이 세계 생산의 60%를 점하고, 우리가 우위에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곧 추격당할 상황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중국 자급도가 16%, 반도체 장비는 32%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이 결과 중국의 내수와 수출이 좋아지더라도 우리에게서 중간재를 덜 수입하게 되고, 오히려 중국과 제3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올해 2월 중국의 수입이 4.2% 증가했음에도 우리의 대중 수출은 24%나 감소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했다고 우리의 대중 수출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자칫 천수답(天水沓)에 서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된 상황에 맞춰 대중 수출전략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첫째는 과도한 중간재 수출 편중에서 벗어나 소비재·서비스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의 국산화가 더욱 진전될 경우 중간재 위주 수출구조의 위기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소비재 수입 비중이 2011년 6.2%에서 최근 11%로 높아지고, 또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관련 서비스 수요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내수 중심의 경기부양 대책을 실시함에 따라 소비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망한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를 발굴해 진출을 늘려야 한다. 둘째는 중국의 신(新)소비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분화된 소비계층별로 유망상품이 다른데, 예를 들어 MZ세대는 뷰티·게임·엔터테인먼트, 여성들은 뷰티·건강·패션, 독신자들은 반려동물·간편식·스마트가전, 실버세대는 헬스케어·건강보건식품·의료기기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타깃 시장을 구분하고 해당 소비자에게 맞는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야 수출을 늘릴 수 있다. 셋째로 중간재·자본재는 중국 정부 정책으로 시장이 커지는 분야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 중국은 8대 첨단제조업, 7대 첨단기술, 디지털기반산업 등을 집중 육성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그린산업도 키우고 있다. 이들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분야의 자본재·부품 시장에 대한 진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국은 연 2조7000억 달러의 수입 규모를 가진, 우리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핵심시장이다. 확실하지 않은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 효과를 기다리지 말고, 현지 상황변화에 맞도록 전략을 보완해 하루빨리 대중 수출이 회복되고 무역적자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