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해도 괜찮아”…‘펨테크’ 시장이 뜬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04 15:46 수정 2023-04-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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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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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여성들의 월경은 공공연히 말하기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습니다. 월경이나 생리라는 단어 대신 ‘그날’, ‘마법’, ‘대자연’ 등 은어를 사용하고, 내용물이 안 비치는 비닐봉지에 담아온 생리대는 파우치에 넣어 다니는 것이 ‘매너’였죠.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변하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며 여성들이 생리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한 건데요. 시장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다양한 종류의 생리용품이 등장하고 있죠. 특히 여성 생활 체육인이 느는 최근 분위기와 더불어 여성 체육 관련 펨테크 시장이 뜨고 있습니다.

“생리 중이라 힘들었다” 말하는 선수들

여성들이 생리통과 생리로 인한 불편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튜브나 SNS 등에서도 관련 경험을 공유하는 여성들을 흔하게 찾을 수 있죠. 생리대 광고도 바뀌었습니다. 생리대만 착용하면 쾌적하고 편안하다던 광고는 생리 중 불편함과 찝찝함을 말하기 시작했죠.

특히 눈에 띄는 건 여성 체육인들의 언급입니다. 생리 기간에는 호르몬 변화로 신체·정신적 역량 차이가 명백하지만, 그동안 여성 선수들이 생리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죠. 그러던 와중 푸위안후이 중국 수영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경기를 치른 후 “어젯밤 생리가 갑자기 시작돼 힘들었다”고 얘기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앞서 동메달을 따고 ‘내가 그렇게 빨랐느냐’고 기뻐하는 솔직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던 선수인데요. 그의 솔직한 발언에 전 세계 네티즌들은 응원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여자 골프 세계 랭킹 3위 리디아 고(25·뉴질랜드)가 생리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리디아 고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경기 중 트레이너에게 허리 물리 치료를 받았는데요. 이에 제리 폴츠 골프채널 코스 해설자가 ‘괜찮냐’고 묻자 리디아 고는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 날’“이라며 ”나를 본 여성들은 바로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피 스펜스 전 아일랜드 여성 럭비 연맹 국제 선수는 2020년 8월 BBC와 인터뷰에서 “생리 주기는 성과에 명확한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했는데요. 그는 “여성 운동에서 생리 주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PMS·생리통…생리혈 샐까 걱정도

생리로 인한 컨디션 난조는 선수들에게 치명적입니다. 여성들은 생리 전 호르몬 변화로 인한 생리 전 증후군(PMS)과 생리 시작 후 48~72시간가량 이어지는 생리통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죠.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생리를 하는 여성 중 생리통을 경험한 여성은 60%에 달하고, ‘월경 전 불쾌감 장애’는 1.8~5.8%의 여성이 경험합니다. ‘월경 전 불쾌감 장애’는 PMS 이상으로 심각한 증상 때문에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생리통에는 아랫배의 골반 뼈 바로 위 부위에서 쥐어짜는 느낌의 통증, 오심, 구토, 설사 등이 포함되며 증상이 심할 경우 실신에 이르기도 하는데요. 골반 내 난소 낭종·자궁근종·자궁 기형 등 자궁 질환이 있다면 생리 주기와 연관된 주기적 통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앞서 리디아 고는 인터뷰에서 생리통에 관해 “생리를 할 때는 허리가 조이고 온몸이 뒤틀린다”고 설명하며 “트레이너 덕분에 몸이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는데요. 푸위안후이 역시 “그날이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직접적으로 성적 부진의 이유를 짚었습니다. 그는 이후 동료들의 인터뷰 중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생리통이나 PMS 증상이 없더라도, 여성 체육인들에게 생리는 운동을 방해하는 큰 복병입니다. 격한 운동 중 생리혈이 샐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생리 기간 운동을 피하다 보니 운동에 습관을 들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죠. 헬스·운동 커뮤니티 등에서는 ‘생리 기간 중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게시글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련 게시글에 한 여성 네티즌은 “운동 루틴 무너지는 게 싫어서 팔(운동)이나 상체(운동)만이라도 하고 온다”고 답하기도 했죠.

▲3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나이키 우먼 2023 미디어 행사에서 공개된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나이키코리아 제공/연합뉴스)
▲3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나이키 우먼 2023 미디어 행사에서 공개된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나이키코리아 제공/연합뉴스)
‘펨테크’가 뜬다…생리용품부터 운동복까지

터부시되던 생리에 대해 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며 펨테크(Femtech·여성 건강을 위한 기술·서비스) 시장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펨테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건 월경·출산 관리 앱 ‘클루’를 만든 덴마크 출신 기업자 아이다 틴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는 전 세계 펨테크 시장을 2020년 기준 25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로 추산했는데요. 2027년까지 650억 달러(약 7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 시장도 이러한 기조에 편승해 있습니다. 특히 ‘오늘부터 운동뚱’, ‘골 때리는 그녀들’, ‘노는 언니’ 등 여성이 주축이 되는 스포츠 예능이 잇따라 흥행하며 여성의 건강한 신체와 운동을 긍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죠. 패드형 생리대 소비가 90%를 차지하던 한국 시장에서 탐폰과 생리컵 사용이 활발해지는 건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드형 생리대와 달리 생리혈이 샐 우려가 적은 생리컵은 2017년 12월 국내 최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수입 허가를 받은 제품이 등장한 후 사용 비중이 늘고 있죠.

스포츠 용품과 의류 브랜드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합니다. 최근 2년간 여성 관련 투자를 2배 이상 늘린 나이키는 3일 2023 나이키 여자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공개했는데요. 이는 최초의 여성 선수 전용 유니폼으로 알려졌습니다. 선수들의 인체를 스캔해 움직임을 보완하고 월경혈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라이너 ‘리크 프로텍션: 피리어드’를 유니폼의 가장 베이스 레이어인 ‘나이키 프로 쇼츠’에 적용했죠.

여성 생활 체육인이 늘며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들도 늘고 있습니다. 축구 경기 매칭 플랫폼 ‘플랩풋볼’은 여성 회원이 2019년 100명 이하에서 2022년 1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아디다스는 2021년 6월 생리혈 샘을 방지하는 ‘테크핏 우먼스 디데이 타이츠’를 출시했죠. 나이키의 여성용 운동 반바지 ‘나이키 원 쇼트’에도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에 적용된 ‘피리어드’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3일 여성 국가대표 유니폼을 공개한 킴벌리 창 멘데스 나이키코리아 사장은 “여성들이 어떤 생애 주기에 있더라도 스포츠를 포기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혁신과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다방면으로 뻗어 나가는 펨테크의 혁신을 기대해볼 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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