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람직하지 않아” 비판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국들이 자발적 감산을 발표했다.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전의 방침과 달리 깜짝 감산을 예고하면서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달부터 연말까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자발적으로 감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OPEC+ 회원국인 이라크(21만1000배럴), 아랍에미리트(14만4000배럴), 쿠웨이트(12만8000배럴), 카자흐스탄(7만8000배럴), 알제리(4만8000배럴), 오만(4만 배럴)도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도 3~6월까지 하려던 감산을 올해 말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감산량은 일일 50만 배럴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국가가 예고한 추가 감산량은 총 160만 배럴이 넘지만,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초기 감산 영향은 하루 약 11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깜짝’ 발표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OPEC+가 감산 규모를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고 전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10월 이미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OPEC+는 3일 각국의 생산조정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합동 각료감시위원회(IMMC)를 열 예정이다. 해당 회의 개최 직전 회원국들이 자발적 감산을 발표한 것은 유가에 ‘서프라이즈 효과’를 노린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사우디 에너지부는 감산 결정 이유에 대해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우방국인 사우디의 주도로 산유국들이 자발적 감산에 나서면서 사우디와 미국 간의 긴장이 다시 한번 고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증산 요청에도 오히려 감산을 결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추가 감산 결정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3월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 여파에 1년 3개월 만에 최저인 배럴당 70달러 안팎까지 급락했다. 과매도 구간이라는 인식 속과 함께 은행 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완화되면서 지난주 80달러 안팎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