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시작하는 유럽단일특허와 통합특허법원도 기존 제도와 병행하는 형태로 절차를 진행한다. 현재 유럽특허는 회원국별로 따로 출원해서 등록하는 개별국 특허와, 유럽특허청에 출원한 뒤 권리가 인정되면 필요한 회원국을 골라 등록하는 묶음(bundle) 특허가 있다. 개별국 특허는 국가별로 심사받고 무효나 침해다툼도 그 나라 법에 따라 취급하며, 묶음 특허는 유럽특허청의 공통심사를 거쳐 등록자격을 얻으면 권리자가 필요한 나라를 골라 등록하지만 무효여부와 침해다툼은 등록된 국가의 법으로 판단받는다. 이로 인해 묶음 특허는 독일에서 무효이지만 프랑스에서 효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특정 제품에 대해 네덜란드에서는 침해가 인정되고 벨기에에서는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려고 유럽은 출원뿐 아니라 등록과 소멸까지 동일한 절차로 관리되는 단일특허를 만들었고, 등록 후 절차에서도 체약국 전체에 대해 관할권을 가지도록 통합특허법원을 출범시켰다. 그렇다고 현재 있던 개별국 특허와 묶음 특허제도를 폐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묶음 특허는 통합특허법원에서도 다룰 수 있도록 해서 단일특허처럼 등록 후 절차가 단일화될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 여기에 더해 묶음 특허권자가 종전처럼 등록 국가별 법원에서 판단받기를 원하면 그것도 가능하게 했다. 통합특허법원의 관할에서 벗어나기(opt-out)를 신청하면 된다. 양 제도를 함께 써보고 선택하라는 자신감과,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가되 낙오자를 최소화해서 함께 가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건물도 제도도 이렇게 만들어야 튼튼하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