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겨울 기후 널뛰기
우리나라의 겨울은 엘니뇨 해에는 고온, 라니냐 해엔 저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난겨울은 2019년 가을부터 시작된 라니냐현상이 지속될 것이기에 추운 겨울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와도 고온이 이어졌다. 그래서 겨울철 기후 전망이 빗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12월 초에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갑자기 발달하여 기온이 급강하하였고, 추운 날이 2주 이상 지속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12월의 기온은 11월보다 11도나 낮아졌는데, 이는 1972년 우리나라에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된 이래로 기온 하강 폭이 가장 큰 사례로 기록되었다.
1월에는 찬 대륙고기압이 약해지고 남쪽 해상으로 이동성 고기압이 자주 지나면서 남풍이 불어 낮 기온이 10℃ 가까이 올라서 초봄과 같은 겨울이 하순까지 이어졌다. 그러더니 설날을 전후로 대한 한파가 덮쳤다. 북극권에서 찬 공기가 전국을 덮쳐서 전날보다 기온이 무려 19.8℃나 하강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큰 기온 하강 폭이었다. 이 한파로 제주도에 1m 가까운 눈이 내렸고 호남 해안지역에도 폭설이 내려 교통 마비를 부르기도 하였다. 이 한파가 지난 후부터 우리나라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따뜻한 날이 이어졌다.
강수량도 큰 변동 폭을 보였다. 지난 겨울철 총 강수량의 40%에 해당하는 양이 1월 13일 하루에 내렸다. 경남 거제에서는 100mm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의 강수량 덕분에 지난 겨울철 우리나라 강수량은 평년 수준만큼 내렸다. 하지만 강수가 없었던 날의 수가 많아서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식수 공급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의 겨울기후 널뛰기
지난겨울 유럽은 이상고온과 가뭄이 이어졌다. 특히 폴란드와 스위스는 여름철 기온과 비슷한 수준의 고온이 이어졌다. 스위스에선 겨울철임에도 고산지대의 빙하가 대규모로 녹아내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런 고온현상으로 겨울철 난방 연료 소비량이 대폭 줄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만든 에너지 부족 현상을 이겨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고온현상이 가져온 극심한 겨울 가뭄은 유럽대륙에 가혹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선 라인강의 수위가 너무 낮아져서 바지선 운행이 여의치 않았고, 이탈리아에선 곤돌라 운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랑스에선 풀장에 물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에선 지난 겨울철에 우리나라보다도 더 격심하게 날씨가 널뛰기식으로 변했다. 11월부터 1월에 걸쳐서 미국 전역을 덮친 북극 한파가 폭탄 사이클론을 만들어 뉴욕주 버팔로에 약 2m에 달하는 엄청난 폭설을 내리고 다수의 인명피해를 냈다. 2월 하순에 워싱턴에는 150년 만의 고온현상이 나타났다가 불과 이틀 후에 한파와 폭설이 도시를 마비시켰다. LA와 샌디에이고에선 한파와 폭설이 도시를 덮친 후에 기온이 갑자기 오르고 여름철에나 나타날 폭우가 쏟아져서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 전체가 침수되었다.
기후 널뛰기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
종잡을 수 없이 급변하는 기후현상은 대부분 상층제트기류의 이상 경로에 기인한다. 북극권의 고온화로 고저위도 간의 기온차가 줄어들고 있다. 기온차가 줄어들면 기압차가 줄어들고 결국은 풍속이 약해진다. 그 결과로 제트기류가 남북 방향으로 크게 사행하게 된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치우칠 때 북극권 찬 공기가 저위도까지 덮치게 된다.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치우칠 때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고위도로 올라간다. 지난겨울에 전 세계가 겪었던 극심한 널뛰기식 날씨 변화는 기후위기 현상이 더욱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는 확실한 증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