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해외 셀다운에 묶인 돈 7조 넘었다 [해외 부동사 투자위기①]

입력 2023-04-02 15:07 수정 2023-04-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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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다운 미매각 규모, 작년 상반기에만 전년도 한 해치 웃돌아
증권사 해외대체투자 23조7000억 중에 30% 가까이 차지해
美 파크 애비뉴·스페인 물류 회사 셀다운 마무리 단계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해외 셀다운에 묶인 증권사 자금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7조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년도 한 해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일부 증권사는 셀다운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셀다운 목적으로 해외에 대체투자했으나 매각하지 못한 미매각분 잔액은 7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미매각분 잔액 6조4000억 원에서 7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2020년 말(6조8000억 원)과 비교해도 3000억 원 늘었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잔액이 23조7000억 원인점을 고려하면 셀다운 미매각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해당한다. 작년 말 수치의 경우 금감원이 결산을 끝낸 증권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작년에 셀다운 신규 투자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가운데 셀다운 목적으로 신규 투자한 규모는 1조7000억 원이다. 전년도 한 해 신규 투자 규모(1조6000억 원)보다 1000억 원을 웃돈 수치다.

셀다운은 증권사들이 우선 자기자본을 쓰거나 대출 등을 통해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투자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대체자산을 인수한 이후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중개수수료를 취득해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재매각에 실패할 경우 인수한 자산을 떠안고 있어야 하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마련했다면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주시하며 셀다운 매각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커머셜엣지’(CommercialEdge)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국 전국 사무실의 공실률은 전년동기대비 70bp(1bp=0.01%p) 상승한 16.5%로 집계됐다. 서부지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평균치를 웃도는 19.2%로 집계됐다. 남부 지역 대부분의 공실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일부 지역은 전국 평균치를 상회했다.

해외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에서 벗어난 만큼 국내 증권사들도 셀다운 시기를 엿보고 있다. 이미 투자에 나선 건들에 대해 재매각 작업 완료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는 1억5000만 달러(약 2100억 원) 규모 스페인 물류 인프라회사 인수금융 선순위대출건의 셀다운을 눈앞에 뒀다. 아폴로(Apollo) 인프라 펀드가 스페인의 1위 콜드체인 물류인프라 회사 프리마프리오(PirmaFrio)의 지분 인수를 위해 조달하는 인수금융에 참여한 건으로, 지난해 9월 딜 클로징(거래종료)에 이어 다음달 초 셀다운을 완료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 미드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오피스 ‘450 파크 에비뉴(Park Avenue)’의 약 1450억 원 규모 지분 공동투자건도 일부 셀다운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삼성SRA자산운용이 뉴욕 맨해튼 최대 상업용 오피스 부동산 보유 회사 SL그린(SL Green Realty Corp)과 공동 투자에 나서며 설정한 펀드에 기표한 건으로, 미국 큰 손들의 참여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부동산, 인수금융, 인프라 자산을 가리지 않고 셀다운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가 부동산 시장을 엄습하면서 신규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정상적일때는 증권사가 딜을 발굴해 구조를 짜고 자체 북(Book·운용한도)과 동시기표로 조달해 대출을 일으키고 기관 브리핑을 다니며 대출채권을 팔아야 한다”며 “셀다운이 안되고 신규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아 진행하는 건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8년, 2019년 기표했던 것들이 매각을 못 하고 오히려 갖고 있던 펀드를 연장하는 상황들이 있다”며 “매각 시도는 계속하는데 시장 상황도 안 좋고 금리도 높다 보니 매각에 어려움이 있다. 선순위 대출도 리파이낸싱을 하다보면 에쿼티 투자단의 수익률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순위 대출 금리가 올랐다보니 자산을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오피스도 예년만큼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 향후 금리가 낮아진다면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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