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돌반지’로 대출 이자 내볼까”…금 팔이 나선 사람들[이슈크래커]

입력 2023-03-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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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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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위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은행 위기 등 으로 이어진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금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구매가 기준 36만2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금 시세가 40만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급등한 금값에 사람들은 장롱털이에 나섰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왼쪽)과 중고나라에 올라온 돌반지 판매 게시글들(출처=당근마켓, 중고나라 앱 캡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왼쪽)과 중고나라에 올라온 돌반지 판매 게시글들(출처=당근마켓, 중고나라 앱 캡처)
“돌반지 팝니다”…장롱 속 30만 원 찾아 나서는 사람들

최근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너덧 건씩 돌반지 거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급값이 올라 1돈 돌반지를 팔면 당장 30만 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는 상황이죠. 고물가로 돈 한 푼이 아쉬운 요즘 적지 않은 돈인데요. 이에 “대출 이자 때문에 힘들어 아이 돌반지 팔았어요“, ”지금 팔까요, 더 오르면 팔까요“, ”금값 잘 쳐주는 업체 있나요“ 등 금 거래에 관해 묻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로 귀금속 거리 등 기존 오프라인 금 거래소에도 금을 사고팔려는 사람이 늘었죠. 그중에서도 금을 파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금니, 치과용 합금 등을 취급하는 폐금 수거 업체를 찾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금니의 금 함량은 40~80% 정도여서 금으로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팔더라도 거금을 받기는 어렵죠. 그러나 최근 금 시세가 크게 올라 쏠쏠한 용돈 벌이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금니를 팔기 위해 종로 귀금속 거리를 방문했다는 한 누리꾼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금 실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금 거래가 가능한 금 통장이나 금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금 펀드·ETF 등의 인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금 통장 계좌 잔액은 올해 들어 지난해 말 5031억 원보다 108억 원 늘었습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오르는 금값…경기 침체에 ‘뱅크데믹’이 부채질

본래 안전자산인 금은 금융위기나 세계적 불황이 닥칠 때면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며 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죠. 코로나 이전 2018년 9월 17만 원대까지 내렸던 금값은 2020년 8월 3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금값은 다시 상승장에 접어들어 최근 36만 원을 돌파했는데요. 이처럼 꾸준히 금 시세가 올라온 데에는 여러 경제적·세계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팬데믹 이후로도 미-중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를 요동치게 만든 사건들이 잇달아 발발했죠. 경기침체 국면은 주식 등에 대한 투자 수요를 줄이고 금 수요를 늘렸습니다. 미국에서 달러 가치와 증시 하락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 또한 금 투자 수요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죠.

이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1월 31톤을 추가 매입했습니다. 전월 대비 16%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중국은 공격적으로 금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기준 1월 대비 1.2% 증가한 6592만 온스를 보유하고 나섰습니다. 싱가포르도 최근 역대 두 번째로 큰 한 달 금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3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1월 금 보유량을 30% 늘렸죠.

그런데 지난 며칠 사이에는 금 가격이 무서운 기세로 뛰고 있습니다. 이번 오름세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도화선에 불을 댕겼습니다. 근래 들어 33만 원 내외를 유지하던 금값은 10일(현지시간) SVB 파산이 발표된 후 이틀 만에 만 원 가까이 올랐죠. 20일에는 10일 만에 10%가량 올라 36만2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로도 시그니처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은행들이 연달아 파산 위기를 겪었습니다. 연이은 은행 주식 폭락은 금 투자 수요를 부채질 중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금값, 오를까 내릴까? 금 투자 전망 살펴보니

그렇다면 앞으로 금 시세 전망은 어떨까요. 이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40만 원대를 돌파해 최고가를 갱신할 거란 예측도 적지 않죠. 최근 미국의 경제 동향 때문입니다. 그동안 경제사를 살펴보면 금값은 미국 실질금리와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습니다. 실질금리 하락장에서는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반대로 투자자산으로서 금의 가치가 오르는 거죠. 이에 최근 ‘마이너스 실질금리’의 슈퍼사이클이 돌아오고 있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금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짚습니다.

반면 급등하는 금 가격이 곧 안정을 찾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금융 당국이 SVB 사태 등에 빠르게 대처해 은행권 위기가 크게 번지지 않을 거란 건데요.. 30일 기준 미국 뉴욕 증시도 상승 기조를 보여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배당이나 이자 없이 시세 차익만을 기대해야 하는 금에 투자할 유인이 감소하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건 금의 가격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과거 금 매입으로 한 차례 투자 실패를 겪었는데요. 이후 오랫동안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 1.1%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수수료나 세금 등을 웃도는 이득을 낼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금 현물 매입 시 부가가치세 10%, 수수료 5% 등 추가 부담 비용이 크기 때문이죠.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미세한 시세 상승으로는 투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반 예금 등과 달리 예금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만일의 경우에는 원금 보전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금 투자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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