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당정, 양곡관리법 거부권 공식 건의…尹 결정만 남았다

입력 2023-03-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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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정사실화…이르면 내달 4일 재의요구안 의결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2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르면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 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한 향후 처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법안의 폐단을 막고 국민들과 농민들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드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21대 국회 내내 민주당은 180석에서 169석에 이르는 의석을 앞세워서 입법 폭주를 여러 차례 했다"며 "폭주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지만, 아직도 그런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가 폭등해서 수많은 전세 난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에 민주당이 우리 국민의힘과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라며 "쌀이 그렇지 않아도 과잉생산 상태인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쌀 생산량은 더욱더 늘어날 것이고,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해 재정을 점점 더 많이 투입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자신들이 집권하던 여당일 때도 처리하지 않던 법안을 이제 와서 이렇게 무리하게 강행처리하는 이유는 일부 농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와 윤석열 정부가 농민들을 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정협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모두발언에서 "안타깝게도 양곡관리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비슷한 법안들이 국민적 공감대나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는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왜곡하고 과다한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등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법안들에 대해서는 원칙에 기반해서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당정협의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공식 건의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며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정부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문제점과 부작용이 많다고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했고, 법안 처리를 재고해 주십사 간곡히 요청해 왔다"며 "이번 법안은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됐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로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마비시키고, 막대한 재정부담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개정안을 강력히 추진했으며, 23일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당정의 이번 공식 건의에 따라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건의에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당정 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 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본회의에 상정된 재의요구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다만, 현재 여당이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은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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