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벚꽃을 아시나요?” 무궁무진 벚꽃 세계…‘벚꽃 경제’도 활짝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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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개심사(전통사찰 제38호)와 경내에 활짝 핀 겹벚꽃. (연합뉴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개심사(전통사찰 제38호)와 경내에 활짝 핀 겹벚꽃.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즐기는 벚꽃놀이가 찾아왔습니다.

기상청의 계절 관측에 따르면 올해 벚꽃은 지역에 따라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최대 16일 일찍 개화했는데요. 서울에서도 관측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빠른 25일에 벚꽃이 피어났습니다. 대표적인 벚꽃 명소 여의도 윤중로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죠. 낮부터는 기온이 올라 벚꽃길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습입니다.

따뜻한 제주도는 일찍이 벚꽃축제를 시작하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국내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벚나무 20여 종 중 절반가량을 제주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제주가 유일한 자생지인 왕벚나무도 찾아볼 수 있죠. 제주 왕벚나무는 큰 키와 많은 가지, 꽃자루 하나에 꽃이 여러 개 달려 화려한 생김새가 특징입니다. 일본 왕벚나무가 기원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는 서로 다른 별개의 종으로 확인됐습니다.

충남 서산에서는 귀한 벚꽃을 볼 수 있습니다. 천년 고찰 개심사에서는 일반 벚꽃보다 붉은색이 진하고 꽃송이가 더 큰 겹벚꽃과 은은한 연두색을 띠는 청벚꽃의 컬래버레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특히 연둣빛 포도송이를 연상케 하는 청벚꽃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진귀한 풍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개심사는 매년 봄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후문이죠.

매년 봄, 벚꽃은 하늘을 가득 채우면서 낭만을 더합니다. 벚꽃으로 인한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지자체의 기대도 큰 상황입니다. 벚꽃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는 건데요. 대표적으로 벚꽃놀이를 즐기는 두 나라, 한국과 일본의 ‘벚꽃 경제’를 정리해봤습니다.

▲27일 일본 도쿄 메구로 강변에 만개한 벚꽃. (신화/뉴시스)
▲27일 일본 도쿄 메구로 강변에 만개한 벚꽃. (신화/뉴시스)
도쿄도 벚꽃이 활짝…“올해 경제효과 6조 원 예상”

봄철 벚꽃놀이하면, 일본도 빠질 수 없죠. 유명한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도 예년보다 일찍 벚꽃이 피며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벚꽃 개화 시기는 일본인들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2007년 일본 기상청이 개화일 예측을 크게 틀려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이후 일본에서는 지역별 개화일·만개일을 알려주는 민간의 기상서비스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죠. 일본 기상청은 민간 업체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는 벚꽃 개화 예상일 등에 대한 발표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개화일 발표를 기다리는 건 벚꽃놀이를 즐기는 상춘객뿐만이 아닙니다. 여행사는 벚꽃축제 등 관련 일정을 낀 상품을 출시하고, 카페들은 개화 시기에 맞춰 꽃잎 모양 초콜릿을 얹은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입니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벚꽃 에디션 아이템을 내놓는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벚꽃 관련 상품을 출시하죠.

일본은 이달 13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을 개인 판단에 맡기기로 하는 등 일상생활이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어 올해 벚꽃놀이의 경제 효과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경제적인 영향을 분석해온 미야모토 가즈오 간사이대학 명예교수는 올해 경제효과가 6158억 엔(한화 약 6조119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는 “벚꽃이 다시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관광 자산이 됐다”며 “종전 최고치인 2018년에는 못 미치겠지만, 여러 제약이 많았던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경제효과는 약 3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나무에 벚꽃이 피어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나무에 벚꽃이 피어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벚꽃 홀릭…여의도, 매년 600만 명 왔다 간다

우리나라도 비슷합니다. 벚꽃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합니다. 2005년 시작한 ‘여의도 봄꽃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4년 전엔 530만 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올해는 600만 명 규모의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영등포구는 윤중로 벚꽃길에 이달 31일부터 질서 유지를 위해 안전요원 341명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윤중로 벚꽃축제 기간 도로 통제는 다음 달 3~10일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벚꽃이 26일 공식 개화하면서 주말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의도 인근 호텔 가격도 올랐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 가격은 평일 1박 기준 30~40만 원대에서 벚꽃축제 기간인 8~9일엔 80~90만 원대로 올랐는데요. 조식이나 석식을 포함할 경우 100만 원대에 달합니다. 축제 이전보다 최대 3배 정도 비싸진 거죠. 벚꽃축제를 즐기려는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최근 해외 여행객들도 크게 늘면서 호텔에 대한 수요도 급증, 그만큼 가격을 높여 받는 겁니다.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진해군항제’도 해마다 300여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찾는 큰 행사입니다. 진해군항제는 70년의 긴 역사와 61회의 전통을 자랑하면서 2300여억 원의 지역 경제효과까지 창출하는 창원의 대표 축제인데요. 특히 예년보다 벚꽃이 일찍 개화하면서 군항제가 열리는 여좌천 일대는 이미 벚꽃이 만개한 상태입니다.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제61회 진해군항제는 올해 역대 최다인 45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달 24일 전야제에만 5000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죠.

▲2023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열린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023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열린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일찍 피는 봄꽃, 축제 변수로 작용하기도…평균 기온 높아진 탓

다만 일찍 핀 벚꽃을 즐거운 맘으로으로만 바라볼 순 없습니다. 점차 앞당겨지는 개화 시기가 지자체의 고민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실로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다수의 행사 일정이 조율됐습니다. 벚꽃은 통상 서울 기준 4월 초(평균 4월 8일)에 개화합니다. 서울의 벚꽃 개화는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서울기상관측소 식물계절 관측 표준목 벚나무(왕벚나무)를 기준으로 삼는데요. 올해는 예년보다 열흘이나 빠른 이달 25일 벚꽃이 핀 겁니다. 이는 서울 벚꽃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개화입니다. 기상당국은 따뜻해진 겨울 등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죠.

지자체의 행사는 통상 한 달 전에 계획하는데요. 벚꽃축제의 경우 꽃이 만개하는 시점을 중심으로 일정을 꾸려야 해서 개화 시기 예측이 매우 중요합니다. 민간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는 올해 벚꽃 개화 시기를 평년보다 4~7일 빠를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이상 고온이 3월에 이어지면서 개화 시기가 더 앞당겨진 바 있습니다. 올해 벚꽃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주말까지 절정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로 행사 일정을 잡아놨다가 황급히 계획을 변경한 지자체도 있었죠.

경북 안동시는 다음 달 5일부터 9일까지 ‘2023 안동 벚꽃축제’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벚꽃이 대부분 지역에서 만개하면서 놀이동산과 포토존, 식당 등 행사 시설은 다음 달 1일부터 조기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버스킹, 드론쇼, 벚꽃운동회처럼 앞당기기 어려운 이벤트들은 당초 예정된 기간에 운영한다고 하는데요. 자칫 ‘벚꽃 없는 벚꽃축제’로 행사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경주시는 올해 봄꽃축제에 연예인 공연을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섭외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 달 전 축제 기간을 확정해야 하는데, 꽃이 피는 날짜를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섭외 자체를 포기한 겁니다.

벚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더 큰 위험을 경고합니다. 벚꽃을 포함한 봄꽃은 매년 봄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피어나곤 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기후변화로 동백,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은 순서 없이 비슷한 시기에 만개하곤 했죠.

그러나앞당겨진 봄꽃의 개화 시기는 생태계 전반에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생물들이 기후변화에 각기 다른 속도로 반응하면서 생태학적 관계에도 혼란이 찾아올 수 있죠. 특히 벌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꽃이 일찍 개화하면 매개 수분을 해줄 벌이 없고, 벌이 뒤늦게 겨울잠에서 깨어나 땅 밖으로 나오면 먹이(꽃)가 부족한 상황에 처한다는 겁니다. 실로 국내 야생벌의 밀도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여름 290만 개 수준이던 전국 벌통 수는 연말에 248만 개로 줄었습니다. 가을에만 40만 개 이상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는데, 개체 수로 따지면 최대 사라진 벌은 100억 마리에 달합니다. 올해도 100억 마리 이상이 추가로 자취를 감출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을 반가워만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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