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잔액·연체율 상승세 계속…‘경기불황’으로 증가폭은 둔화

입력 2023-03-27 16:30 수정 2023-03-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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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출잔액·연체율 상승세 계속…‘경기불황’으로 증가폭은 둔화 (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 대출잔액·연체율 상승세 계속…‘경기불황’으로 증가폭은 둔화 (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이 전년동월대비 올랐지만 증가율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금리 인상 등의 악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23년 3월 중소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은 전월대비 4조3000억 원 증가한 959조 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은 작년 12월 소폭 감소한 뒤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가폭 자체는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둔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받는 대출 액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증가폭의 둔화는 더 뚜렷해진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1월 10.4%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대기업의 전년동기대비 대출잔액 증가율은 지난해 5월 중소기업을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21.8%를 기록했다.

대출 증가는 기업의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지만, 은행이 상환능력이 있다고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 여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대출은 늘지만 증가폭이 준다는 것은 여력이 어려워 자금은 빌려야 하지만 그만큼 능력이 없어 큰 액수를 빌리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기업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물가‧환율‧금리 상승 등 ‘3고 현상’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대출마저 어려워진 중소기업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김진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기업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보다는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대출 문턱이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아서 대출잔액 증가율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자금 양극화는 대출 연체율에서도 드러났다. 올해 1월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년동월대비 0.1%p 상승했다. 반면, 올해 1월 대기업의 연체율은 0.09%로 전년동월대비 0.15%p 하락했고, 같은 기간 중소기업에 비해서도 0.3%p 낮았다.

대기업은 대출 증가폭이 늘고 연체율은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여력은 줄고 연체하는 경우는 늘어난 것이다.

악화된 중소기업의 자금 상황을 반영한듯 지난달 중소제조업의 자금사정 체감 SBHI는 전월대비 2.7p하락했다. SBHI가 100 이상이면 경기호전,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올해 1월 중소제조업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14.1% 줄어들며 큰 폭 감소했지만, 명절로 인해 소매판매액은 증가했다. 올해 1월 소매판매액은 54조 5000억 원으로 전년동월대비 3조 9000억 원 늘었다. 매출 증대로 인해 3월 전망 SBHI는 78.2로 전월대비 0.6p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 예금을 찾아가다보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생겼다”며 “국내 대출잔액 증가폭 둔화도 이와 비슷하게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는 SVB 사태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지만 반영된다면 중소기업의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당분간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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