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초고령사회에 시급한 노인복지 ‘경제화’ 대책

입력 2023-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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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과 함께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출산율은 2022년 합계출산율 0.78을 기록하여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1.3)의 6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러한 낮은 출산율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더욱 가속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20년 8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14%)에 진입한 후 앞으로 3년 후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고령화 추세라면 30년쯤 후에 노인들끼리만 살다가 50년 뒤 한반도에 더 이상 한국인이 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고령사회에서는 노인세대에 대한 늘어난 복지비용의 경제화(economize)가 당면 과제가 된다. 특히, 노인빈곤율과 함께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 활력 상실과 함께 젊은 세대의 부담 또한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결국 고령화-저출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노인세대의 복지문제는 세대 간(inter-generational) 자원분배 측면에서 접근해야 될 것으로 본다. 우리 사회는 자식들에 대한 교육, 출가 등 양육비용이 크고 부모세대는 노후를 생각하지 않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에서 노인복지의 경제화를 위해서는 노인문제의 두 가지 측면, 즉 경제적 측면과 건강문제를 포함한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효율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노인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가장 큰 비용은 의료비이다. 건강보험에서 노인의료비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또한 노인들은 외로움과 우울증 등 정서적인 불안정과 이에 따른 자살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노인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이다.

노인복지에 대한 관리를 수입 측면에서 보면 건강에 문제가 없는 분들에 대해서는 정년 연장과 함께 노인세대에 비교우위가 있는 경험형, 단순 반복형 일자리를 제공하여 수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최근 BMW 등 독일 기업에서 노인형 근무형태의 도입과 작업장 조정을 통하여 젊은 세대와 같은 생산성을 달성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현금지원 등 노후 생계를 보장해주는 이중적 접근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접근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022년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세대의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출 측면, 즉 노인복지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는 예방적 차원의 다양한 조치를 도입하여 노인 의료비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가 우리나라에 70만 명 정도 있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이며 국민의 4%가 치매로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통계다.

1인당 연간 치료비용으로 2000만 원이 소요된다고 계산할 때 그 비용만 해도 엄청난 상황이다. 치매는 예방이 중요한 질병으로 간단한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서도 발병위험을 낮출 수 있는 질병이라는 보고가 있다(중앙치매센터, 2020).

노인성 질환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조치로 우리나라에 풍부한 녹지자원의 활용을 통한 ‘산림치유’를 지원제도로 도입할 것을 추천한다. 산림치유는 나무로부터 나오는 항염 제재인 피톤치드뿐만 아니라 녹색이 주는 상쾌함으로 정서적 안정을 주는 참여형 복지제도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산림이 치매와 항노화의 중요한 기능을 하는 만큼 비용 절감의 중요한 수단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걸을 수 있는 노인은 걷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가상체험(VR) 기기를 이용한 3차원의 치유가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발전이 이루어진 상태다.

“결혼은 고급재, 출산은 사치재”라는 젊은 세대 저출산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 효과의 증대를 위한 효율적인 대책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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