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진출 앞두고 금융상품 중개 추가
부동산 개발 통해 매매와 임대ㆍ공급까지 가능
소프트웨어 중심 미래사업 준비…역량도 강화
현대자동차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임대업’을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으로 변경했다. 이를 포함한 주요 안건이 모두 통과되는 한편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권리 강화를 비롯해 사업목적 변경 등을 골자로 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주주 권리 강화는 ‘깜깜이 배당’을 없애는 동시에 기말 배당금을 인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사업목적의 추가 및 변경에 관심이 쏠렸다. 먼저 금융상품 판매 대리 및 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알렸다. 뒤이어 현재 ‘부동산 임대업’으로 국한돼 있는 사업목적을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으로 변경하면서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쏠렸다.
부동산 임대업이 자사 또는 특수목적사(SPC) 등을 활용한 임대업이었다면 부동산 개발은 기본 개발을 시작으로 △매매 △임대 △공급 △부동산 관련 서비스 △부동산관리 △부동산 용역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당장에 올해부터 뛰어드는 중고차 사업의 확대나 상생경영을 위해 향후 대규모 중고차 단지를 건설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단지의 주축이 되는 한편, 기존 중고차 사업자를 상대로 개발단지의 임대도 가능해진다.
나아가 단순한 사옥을 넘어 자동차 관련 ‘복합 문화단지’ 조성으로 격상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에 필요한 제반 사업을 추진하기 쉬워진다. 부동산 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만큼, 중간 단계의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현대차 스스로 빠르게 의사를 결정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게 됐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도심항공교통(UAM)의 저변 확대까지 꾀할 수 있다. 이미 UAM 사업에 뛰어든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부동산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부동산 개발사를 인수 중이다. 특히 이들은 대도시 빌딩 옥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건물이 촘촘히 들어선 다운타운의 경우 UAM의 이착륙 거점을 찾기가 막막하다. 이 단계에서 빌딩 옥상은 UAM의 이륙과 착륙은 물론, 목적기반차량(PBV)으로 갈아타기 위한 허브(HUB)로서 최적의 대안이기도 하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물론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버는 2020년부터 △힐우드(Hillwood Properties) △릴레이티드(Related) △맥쿼리(Macquire) 등 미국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뿌리를 내린 부동산 개발사에 전략 투자를 단행 중이다. 이들을 통해 고층 빌딩 옥상을 선점하며 UAM 이착륙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른바 ‘스카이 포트(Sky Port)’다.
현대차는 이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은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 대응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 달성 △미래사업 준비 및 내부역량 강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리체계 강화를 4대 전략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방향성을 강조했다.
장 사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전환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며 “충전 편의성 강화, 에너지와 통합된 서비스 패키지 등 전기차 사용 전반에 걸쳐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