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중동 정책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 중국의 중재를 통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다. 중동에서 오랜 영향력을 과시해왔던 미국의 존재감이 순식간에 희미해진 순간이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우리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채울 공백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모두가 바이든에게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중동에서 바이든 정부는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제거한 것,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해양 국경 협정을 성사시킨 것 이외 구체적인 성과가 거의 없다”며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미국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점점 실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교에서 재앙을 일으켰다고 비난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평화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켰는데 바이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와 비슷한 업적을 이루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본 셈이다. 사우디에 원유 생산을 늘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가 감산 뒤통수를 맞은 것은 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바이든의 외교정책이 실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단호하면서도 적절한 개입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은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금처럼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을 어떻게 끝을 맺을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무런 청사진도 제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달 3번째 임기에 본격 돌입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자신을 ‘세계 평화의 중재자’라고 선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부상을 막겠다고 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으로 오히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핵심 동맹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바이든의 서툴고 무능한 외교정책이 경제 발목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외교가 지금과 정반대였다면 어땠을까’를 가정하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 등 중동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했다면 아무리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지난해 에너지 대란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식으로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는 대신 아예 전쟁 가능성을 조기에 막는 것에 외교 역량을 집중했다면 현재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꼽히는 공급망 대란과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고삐 풀린 기준금리 인상도 덜했을 것이다.
트럼프 시대와 큰 차이가 없는 중국과의 극한 대립도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냉전 시대와 달리 미국과 중국 경제는 막대한 무역과 투자 등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완전히 내칠 수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미국 국민은 온갖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없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기업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중국의 몰락을 가져와 미국과 자유 진영에는 큰 축복이 될 것”이라는 칼럼을 냈다. 올해 시 주석의 3기가 시작됐는데 지금 전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시진핑이 “생큐, 바이든”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