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외면받는 후쿠시마 수산물…한국에 진짜 들어올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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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앞두고 9일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탈핵 행동의 날’ 집회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핵 진흥 정책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탈을 쓴 채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앞두고 9일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탈핵 행동의 날’ 집회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핵 진흥 정책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탈을 쓴 채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발이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 테이블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등 논의가 올랐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입니다.

20일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달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후쿠시마현산 수산물 등의 수입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에서 독도나 위안부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린다”며 일부 일본 언론을 겨냥해 “아무 근거 없이 일단 내질러놓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지는 행태가 일본 언론에 있는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언론 행태에는 그런 게 없기를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다만 농수산물 수입 문제와 관련해선 “회담에서 두 정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포함해 주변 8개 현의 모든 어종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에 대해서도 후쿠시마현 쌀과 버섯류 등 14개 현 27개 품목 수입을 금지하고 있죠.

일본 측은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지금도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고,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가공지 기준으로 원산지 표기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채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오염수 관련 정보와 안전성 검증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상황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방사능 수치 검역에 통과한 일본산 가리비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방사능 수치 검역에 통과한 일본산 가리비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자국민 불안도 해소 못해…원산지에 ‘후쿠시마산’ 표기되면 안 팔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주변국뿐 아니라 일본 내 불안감도 여전합니다.

이달 8일 NHK 보도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후쿠시마 농수산물에 ‘방사능’, ‘방사선’ 등이 함께 언급된 게시물은 지난해에만 4000건 이상이었습니다.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에는 9만 건이 언급됐는데, NHK는 “정부의 홍보 대책 등으로 관련 게시물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수치”라고 짚었습니다.

‘후쿠시마 물고기’를 언급한 사람들은 대부분 ‘방사능’, ‘기형’, ‘오염’ 등의 단어를 함께 사용했는데요. 이는 부정적 인식이 일본 내에서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NHK는 “기형 등 단어는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가 거의 다 찼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시기에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쌀도 ‘방사능’, ‘세슘 검사’ 등의 단어와 함께 언급됐는데요. ‘방사능’은 지난해에도 후쿠시마 쌀을 소개하는 글에서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습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은 이 같은 인식을 근거 없는 소문으로 벌어지는 피해, 이른바 ‘풍평 피해’라고 주장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뜬소문으로 사람들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사지 않게 됐고, 이 때문에 후쿠시마에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거죠.

이에 일본 정부는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소문에 대처하겠다는 취지로 ‘풍평대책기금’ 300억 엔(한화 약 2991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2주간 후쿠시마 오염수의 과학적 안전성을 알리겠다며 TV·신문 광고를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죠. TV 광고에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 농도가 국제 기준보다 낮으니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오염수는 ‘처리수’로 부르며 안전성을 강조,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에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여전히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NHK에 따르면 원산지에 ‘후쿠시마’가 표기되면 가격을 내리더라도 판매가 어려워, 인근의 미야기나 지바현의 항구로 옮겨 조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수산물 원산지를 잡힌 항구로 표기해 판매하기 때문에, 현재 후쿠시마 항구에서는 조업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2월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2월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당장 아니지만…오염수 방류는 ‘코앞’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이 당장 재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은 “일본의 다른 정치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는 (관련 언급이) 나왔다”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죠. 안전성 조사에 한국 전문가가 포함되면 과학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보다 앞선 문제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입니다. 일본 정부는 주변 국가들, 현지 어민들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조만간 시작하기로 했는데요. 오염수를 흘려보낼 해저 터널 공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방출 시기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올여름께로 전망됩니다.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 원전이 폭발하면서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수와 빗물 유입으로 인해 오염수 발생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죠.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이를 정화·방출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을 거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해당 물질은 유전자 변형과 암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오염수 방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는 3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방침인데요.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 대형 탱크는 1000개가 넘고, 방류가 시작되면 130만 톤에 이르는 오염수가 흘러나오게 됩니다.

일본은 이 과정을 통해 원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탱크를 치우고 원전 폐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구조물과 엉겨 붙으면서 생긴 일종의 핵 찌꺼기, 데브리는 원전 1호기부터 3호기, 그 원자로와 주변에 880톤가량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폐로에는 30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편 일본은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주변국에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국제 여론전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논리를 강화해가며, 우리나라에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재개를 거세게 압박할 가능성이 커 우려의 시선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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